따뜻한 바람이 도심을 파고들기 시작한 3월 말, 호텔 업계의 봄 전략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단순 숙박을 넘어 ‘밖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까지 포함한 체험형 패키지가 전면에 등장했다. 객실은 기본, 피크닉·e스포츠·미식·와인까지 하루 안에 즐길 수 있도록 묶은 ‘경험 소비형 상품’이 올해 봄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호텔이 ‘머무는 공간’에서 ‘출발 지점’으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스테이는 오는 6월30일까지 ‘블루밍 인 피크닉’ 패키지를 운영하며 도심 속 봄 나들이 수요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객실 1박에 피크닉 체어와 키링 굿즈를 결합한 구성이다.
핵심은 입지다. 광화문·서대문 지점에서는 경복궁과 경희궁, 마포 지점에서는 여의도한강공원처럼 도보 또는 단거리 이동으로 바로 야외 활동이 가능하다. 해운대 달맞이길, 제주 한라수목원 등 지역별 명소와의 연결도 강화했다.
호텔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던 ‘호캉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호텔을 거점으로 도시를 즐기는 ‘하이브리드형 소비’로 흐름이 이동한 셈이다.
체험형 패키지의 확장은 글로벌 수요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더 플라자는 한화생명e스포츠와 협업해 ‘비욘드 더 챌린지 위드 HLE’ 패키지를 출시했다. e스포츠 경기 관람과 숙박, 서울 관광을 결합한 상품이다.
이 패키지의 외국인 비중은 2024년 약 83%에서 2025년 약 92%까지 상승했다. 단순히 호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호텔에서 도보 15분 거리의 LoL Park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이후 명동·덕수궁·서촌까지 이어지는 동선은 ‘하루 완결형 관광 루트’로 작동한다.
업계 관계자는 “숙박 자체보다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느냐’가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며 “e스포츠처럼 한국만의 콘텐츠가 결합될수록 외국인 유입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미식 영역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서울가든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라스텔라는 3월부터 4월까지 ‘봄맞이 미식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냉이, 미나리, 참나물 등 제철 식재료를 전면에 내세웠다.
참나물 금귤 샐러드, 미나리 꼬막무침, 냉이 된장전골 등 계절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해 ‘지금 아니면 못 먹는 음식’이라는 희소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메뉴 수를 늘리는 대신, 계절성과 스토리를 앞세운 전략이다. 실제 호텔 뷔페 시장에서는 ‘제철 식재료 중심의 한정 메뉴’가 재방문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야외 경험을 극대화한 사례도 등장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4월 벚꽃 시즌에 맞춰 ‘와인 페어-구름 위의 산책’을 개최한다.
포레스트 파크 잔디밭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총 23개 수입사가 참여해 약 1000종 와인을 선보인다. 라이브 음악과 함께 즐기는 야외 시음이라는 점에서 기존 호텔 이벤트와 차별화했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와인 추천 프로그램 ‘픽 와인 업’을 도입해 개인 취향에 맞는 와인을 제안하는 방식도 눈길을 끈다. 와인 선택이라는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체험의 몰입도를 끌어올린 구조다.
올해 봄 호텔 패키지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객실’이 아니라 ‘경험’이 중심이라는 점이다.
피크닉은 도시로, e스포츠는 경기장으로, 미식은 계절로, 와인은 야외 공간으로 확장됐다. 호텔은 더 이상 목적지가 아니라, 경험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객실 점유율만으로는 경쟁력이 부족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 ‘하루를 어떻게 설계해 주느냐’가 상품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