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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는 회장 보고 뒤”…여수광양항만공사, 맞춤형 입찰 의혹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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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만 들어온다” 녹취 파장… 경쟁 배제 의혹 확산
조건 설계부터 공고 시점까지… 입찰 전 과정 ‘맞춤형’ 논란
“설명일 뿐” 해명에도… 녹취와 엇갈린 공사 주장

여수광양항만공사가 물류창고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유리하도록 입찰을 설계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공고 시점조차 해당 기업 측 ‘보고·승인’에 따라 좌우됐다는 녹취가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통화 녹취에는 공고 이전 단계에서 공공기관 내부 절차보다 민간기업 의사결정이 우선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세계일보 25일자 12면 참고>

여수광양항만공사 전경. 항만공사 제공
여수광양항만공사 전경. 항만공사 제공

29일 세계일보가 확보한 녹취에 따르면 항만공사 직원 이모 씨는 2022년 10월 광양항 배후부지 물류창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국양로지텍 관계자와 통화에서 “사장님(박성현 당시 항만공사 사장)이 11월 7일 금창원 사장(장금상선)을 만나면서 확정할 테니 공고를 내라고 컴펌했다”고 말했다.

 

이는 사업 공고가 내부 검토가 아닌 특정 기업과의 면담 결과에 따라 사실상 최종 결정될 예정이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실제 같은 해 11월 7일 이후 이어진 11월 8일 통화에서도 이 같은 구조는 반복된다. 해당 직원은 “어제 회장 만나고 결과에 따라서 바로 공고 들어간다”, “사장님 오더 떨어지면 바로 난다”고 설명했다.

 

공고 시점이 기업 측 최고위 보고 결과와 사장 지시에 연동된다는 의미로, 공공 입찰의 독립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대목이다.

 

입찰 조건 자체가 특정 기업에 맞춰 설계된 정황도 드러났다. “지분 50% 이상으로 해야겠네”, “매출 500억 이상으로 해버리면 되겠다”는 발언에 이어 “그렇게 하면 장금상선밖에 들어올 수 없다”는 언급까지 나오면서 사실상 단독 참여 구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사업계획서 작성 단계에서도 공정성 훼손 정황이 포착됐다. 2022년 12월 통화에서는 항만공사 직원이 업체 측에 평가 기준을 설명하며 “80점 이상 맞춰야 한다”, “평가위원들하고 사전에 얘기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물량은 너무 줄이지 말라”, “고용 인력은 연차별로 늘리는 식으로 잡으면 된다” 등 구체적인 작성 방향까지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평가 대응 전략을 사전에 제공한 셈이다.

 

평가위원 관련 발언도 논란이다. 해당 직원은 “평가위원들 오기 전에 미리 얘기를 할 것”이라며 사전 접촉 가능성을 시사했고, “장금 유치 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황은 △입찰 조건 사전 설계 △공고 전 기업 협의 및 승인 △사업계획서 작성 개입 △평가 대응 지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구조를 보여준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입찰방해, 직권남용, 업무상 배임 등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공고 이전에 민간기업과 협의하고 승인까지 받은 뒤 입찰을 진행했다면 공정 경쟁 원칙 자체가 무너진 중대한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 측은 “글로벌 선사 기준과 지분 요건 등을 고려하면 참여 가능한 기업은 다수 존재한다”며 “단일 기업만을 위한 구조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박성현 전 항만공사 사장은 “공사 직원은 어느 업체든 찾아오면 입찰 조건과 규정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국양로지텍이 장금상선 계열사인지도 당시에는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업체 관계자는 “사업의 주체는 국양으로 장금상선에서 관계자를 만나 사업 내용을 협의 한 바 없다”며 “신청자격 역시 장금상선, 국양로지텍만 지원이 가능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