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술적 야심으로 꺼내 든 ‘스리백’ 카드는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의 화력 앞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유연함을 기대했던 전술적 시도는 치명적인 균열만을 남긴 채, 월드컵 본선 직전 대표팀의 근간을 흔드는 잔혹한 ‘오답 노트’가 됐다.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불거진 전술적 미완성은 대표팀에 숙제를 안겼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영국 밀턴킨스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0-4로 참패했다. 월드컵 본선 상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겨냥해 야심 차게 꺼내 든 ‘3-4-2-1 스리백’은 전술적 숙련도 미달과 집중력 부재 속에 코트디부아르의 화력 앞에 속절없이 붕괴됐다.
오현규·황희찬·배준호를 앞세운 젊은 공격진의 패기는 수비 라인의 치명적인 균열에 잠식됐다. 전반 35분 조유민의 측면 허용으로 시작된 실점은 전반 추가시간 시몬 아딩그라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특히 미드필더진은 창의적인 전진 패스 대신 무의미한 백패스를 남발하며 스스로 공수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후반에도 반전은 없었다. 후반 13분, ‘캡틴’ 손흥민이 투입돼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으나 침묵하는 공격진의 흐름을 돌려놓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교체로 들어가 고생하는 팀원들을 위해 분위기를 전환하지 못한 것 또한 내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설상가상으로 수비 집중력마저 무너졌다. 교체 투입된 양현준의 치명적인 클리어링 실수는 마르시알 고도에게 세 번째 실점을 허용하는 빌미가 됐고, 종료 직전 네 번째 골까지 허용하며 굴욕적인 패배의 마침표를 찍었다. 세 차례나 골대를 때리는 불운이 따랐다고는 하나, 0-4라는 스코어는 전술과 실력 모두에서 완벽하게 압도당한 결과다.
홍 감독이 가동한 스리백 전술은 이날 경기 내내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는 수비진 간의 유기적인 호흡 부재였다. 스리백의 핵심인 간격 유지와 커버 플레이가 실종되면서 코트디부아르의 빠른 역습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특히 윙백들이 공격적으로 올라간 뒤 발생하는 광활한 뒷공간은 상대 공격수들의 놀이터가 됐다.
빌드업 과정에서 드러난 고립 현상도 치명적이었다. 후방 수비진에서 중원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끊기면서 대표팀은 시종일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홍 감독은 “수비 안정화를 꾀한 변화였으나 실전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전술적 패착을 담담히 인정했다.
축구 해설위원 출신인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는 이번 패배의 본질을 ‘형태만 갖춘 스리백’의 구조적 결함으로 규정했다. 신 교수는 “수비 숫자를 늘리고도 유사한 패턴으로 세 차례나 실점한 것은 명백한 준비 부족”이라며 “전반의 전술적 패착을 확인하고도 후반에 같은 전술을 고집한 점은 유연성이 결여된 증거”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