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의 과도한 업무 부담에 따른 재판 지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사실심, 특히 1심 법원의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에도 기존 인력난에 더해 최근 각종 특검이 기소한 사건까지 몰리며 업무 부담이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29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전국 법원별 판사의 정원 대비 현원 현황’(육아휴직 등 정원 외 법관 및 미보임 신임법관 제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법원의 판사 미달 인원은 185명으로, 2024년(120명) 대비 54.1%나 급증했다. 2023년(143명)보다도 42명이 더 늘어난 수치다.
전국 법원의 ‘법관 정원 대비 현원 비율’은 평균 90.0%였다.
판사 정원을 충족한 곳은 포항·진주지원 단 2곳뿐이었다. 남원지원 60%, 속초지원 63%를 비롯해 평균 이하인 법원도 25곳이나 됐다.
일선 한 판사는 “법조일원화 정책으로 변호사를 하던 사람들이 법관 지원을 하게 되는데, 월급을 절반 넘게 깎이면서까지 법원에 올 직업적 이점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은 늘어나고 있고, 인사 유동성을 위해 정원을 100% 채우지 않고 남겨두는 측면도 있다”면서 “올해 신임법관을 충원하고 나면 정원에 근접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전국 지방법원에 배치된 법관 1명이 연간 500건(2024년 기준)에 달하는 본안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현실은 결국 ‘5분 형사재판’이라는 기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차기현 광주지법 판사는 최근 법률신문 기고글에서 ‘5분 재판’이라는 표현이 사법 불신의 상징이 된 지 오래라며, 문제의 본질은 법관 개인이 아닌 감당 불가능한 시스템에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국민이 바라는 것은 자기 사건을 충분히 들어주는 재판”이라면서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사법 개혁’은 과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법조계에선 민주당의 ‘사법 3법’ 처리는 사실심 재판 형해화에 기름을 부은 격이란 평가가 나온다.
당장 법왜곡죄 도입으로 판사들의 형사재판 기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뿐 아니라 우수 인력들의 법관 지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대법관 증원으로 인해 1심 중견 법관들이 대법관을 보조하는 재판연구관으로 대거 이동하게 되면서 사실심 인력 공백이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