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심연의 바닥에서 끌어올려 생채기를 어루만지다”… 전진규 작가 초대전 ‘겁(劫)’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전진규 작가의 초대전 ‘겁(劫)’이 서울 목동 구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 작가의 내적 고통과 생채기, 그리고 거기에 돋아난 새살들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과거 하이퍼 리얼리즘을 표현기법으로 삼았던 전 작가의 필력만큼이나 작품에 담긴 바위와 바람벽과 대리석 등의 광물 표현은 꽤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돌가루를 바르고 또 바르며 구현해낸 질감은 풍화와 퇴적이 반복된, 그야말로 영겁의 시간 그 자체다.

겁(劫,Eternity) 60.5x72.5cm Mixed media on Canvas 2025
겁(劫,Eternity) 60.5x72.5cm Mixed media on Canvas 2025

그의 작품에 드러나는 선들은 단순한 균열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상처이자 연결이며, 단절인 동시에 치유와 회복의 상징으로 읽힌다. 작가로서 그가 감내해온 고통의 시간이 작품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으면서도, 그 안에는 삶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는 묵직한 태도와 품성이 배어 있다. 

 

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힘겨운 나날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처럼 생채기 난 선과 함께할 수 있는 버팀의 면들이 불안정하게 부유하고, 언젠가 다시 수액이 흐를지 모를 마른줄기(혈관)를 잇는다. 퇴적인지 풍화인지 모르는 시간과 인연의 가치가 흔적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홍익대 미술대 서양화과 졸업하고 KB증권갤러리, 제3갤러리, 한가람미술관, 관훈갤러리 등에서 200여회 전시를 연 중견 작가다. 2021년 대한민국문화예술대상 ‘대상’ 받았으며, 현재 한국현대미술가협회(KAMA), 경인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겁(劫,Eternity) 97x66cm Mixed media on Canvas 2025
겁(劫,Eternity) 97x66cm Mixed media on Canvas 2025

구구갤러리의 구자민 대표는 “겁도 없이 ‘겁(劫)’을 전시 타이틀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전진규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천년고성의 돌담처럼, 또는 바위섬처럼 그 자리를 지키려 할 것이고 지켜낼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격변과 격동의 시대, 모든 것이 가볍고 빠르게 변하는 세태이지만 전 작가만이 던져주는 ‘묵직함’의 의미를 곱씹어볼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는 4월 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