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김모씨는 매일 새벽 5km를 뛴다. 올해로 30여 년째다. 키와 몸무게를 30년간 유지해온 비결이다. 최근 건강검진을 받은 김씨는 결과에 깜짝 놀랐다. 심장과 심혈관 나이가 40대로 분석된 것이다. 김씨는 “업무 강도와 저녁 자리가 빈번한 직업을 감안해 건강을 지키려고 뛰기 시작했는데 60세를 앞두고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조깅은 특별한 장소와 운동기구 없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처럼 하루에 단 몇분 만이라도 숨이 찰 정도의 격렬한 신체활동을 하면 치매와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 위험과 전체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후난성 중난대학 샹야 공중보건대학원 선민쉐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30일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서 영국 성인 9만6000여명의 신체활동량 및 고강도 신체활동 비율과 주요 질환 위험 간 관계를 7년간 추적해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선 교수는 “이 결과는 신체활동 중 일부를 격렬한 활동으로 구성하면 상당한 건강 이점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체육관에 갈 필요 없이 계단 오르기, 빠르게 걷기, 아이들과 놀아주기처럼 일상생활에서 숨이 찰 정도의 짧은 활동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참여자 9만6408명(평균 연령 61.9세)을 대상으로 손목 가속도계를 이용해 신체활동을 측정하고, 이후 7년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치매·심혈관질환·당뇨병·간질환·신장질환 등 8가지 주요 질환 발생 위험을 추적 분석했다.
참가자들의 총 신체활동량을 측정한 다음 그중 격렬한 활동이 차지하는 비율(%VPA)에 따라 4개 그룹(0%, 0~2%, 2~4%, 4% 초과)으로 나눠 사망과 질환 위험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전체 신체활동 중 숨이 찰 정도의 격렬한 활동 비율이 높을수록 8가지 주요 질환의 위험과 전체 사망 위험이 모두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격렬한 신체활동 비율(%VPA)이 4%가 넘는 그룹은 0%인 그룹보다 치매 위험이 63% 낮았고, 제2형 당뇨병 위험은 60%, 전체 사망 위험은 46%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효과는 총 신체활동량이 많지 않아도 유지됐다.
연구팀은 버스를 잡기 위해 달리는 것처럼 짧고 강한 신체활동도 질병과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특히 관절염 같은 염증성 질환과 심근경색·뇌졸중등 중증 심혈관질환, 치매에서도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언제’ 운동하느냐에 따라 효과도 달라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저녁 운동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심장 건강에도 더 좋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미국 바이탈 심장&정맥(Vital Heart & Vein) 소속 심장 전문의 패트릭 키 박사는 “저녁 운동은 단순히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수명 연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24년 미국당뇨병학회지 ‘당뇨 케어(Diabetes Care)’에 실린 대규모 연구를 인용하며 “비만 성인 약 3만명(이 중 약 3000명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 저녁 시간에 운동한 사람들이 아침이나 낮에 운동한 이들보다 심혈관 질환과 사망률이 모두 낮았다”고 소개했다.
한편 국내에서 심혈관 질환 환자가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12만 2200여명이던 심근경색 환자는 지난해 14만 3300여명으로, 5년 새 약 17% 증가했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약 30%는 초기 증상을 인지하지 못해 진단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전조 증상은 20~30분 이상 이어지는 가슴 통증이다. 전문의들은 “가슴 조임 등 흉통이 있을 때 단순 위장 질환으로 단정하지 말고 심전도·혈액검사 등 기본적인 심장 검사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며 “빠른 판단이 생명을 좌우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