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품귀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공급망 차질에 대한 불안 심리가 ‘사재기’ 양상으로 번지자, 정부는 최악의 경우 일반 봉투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파격적인 대책까지 내놨다.
◆ “하루 한 장 쓰는데 묶음이 없어요” 육아 가정 직격탄
경기도 광명시에 거주하며 두 자녀를 키우는 40대 가장 김모씨는 최근 집 근처 마트를 돌다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아이들 기저귀 등 쓰레기 배출량이 많아 하루에 10리터(L) 규격 봉투를 최소 한 장은 사용해야 하는데, 가는 곳마다 묶음 상품 재고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울 구로구 개봉동 편의점부터 광명 일대 대형마트까지 훑었지만 수요가 많은 10L나 20L 묶음은 구경조차 힘들다”며 “일부 매대에는 ‘재고 부족으로 1인당 1매만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 당장 쓰레기 처리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이마트의 종량제 봉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7% 폭증했다. GS25 역시 전주 대비 판매량이 325% 늘었다. 이는 실제 공급망의 완전 차단보다는 “원료 부족으로 봉투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낳은 급격한 가수요 현상으로 풀이된다.
◆ 기후부 장관 “가격 인상 없어… 일반 봉투 허용 등 만반의 대책”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30일 오후 03시 10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지자체 조례로 정해지는 봉투 가격 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이 오면 일반 봉투 사용을 허용하는 등 만반의 대책을 세웠으니 집에 쓰레기를 쌓아둘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조사 결과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54%가 이미 6개월 치 이상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종량제 봉투 18억3400만 매를 생산할 수 있는 재생원료(PE)도 비축된 상태다. 정부는 전체적인 공급망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불필요한 사재기 자제를 당부했다.
◆ 도미노 인상 우려… 외식업·농가 전방위 물가 비상
문제는 단순한 종량제 봉투 품귀에 그치지 않는다. 석유화학 공정의 핵심 산출물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며 관련 업계 전반에 경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배달과 포장 수요가 절대적인 외식업계는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일회용기 및 비닐백 등 필수 소모품 납품 단가가 최근 최대 30%가량 폭등하면서 소상공인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농촌 역시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밭작물용 멀칭 비닐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중동 의존도가 높은 비료용 요소 시세 또한 전쟁 이전 대비 1.5배 수준인 톤(t)당 750달러까지 급등해 농가의 자구책 마련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