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경상 환자의 과도한 장기치료 관리를 위한 제도 시행이 의학계 반발로 또다시 미뤄졌다. 의학계는 가벼운 교통사고 환자가 8주를 넘어 진료를 받을 때 의학적 필요성을 추가로 입증하도록 하는 이른바 ‘8주룰’이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30일 정부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로 예정됐던 8주룰 관련 규정 시행이 재차 연기됐다. 당초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은 지난해 도입을 공식화하며 올해 1월 첫 시행을 목표로 잡았지만, 의료계 반발과 심사기준 마련 등을 이유로 4월로 일정을 미룬 데 이어 이번에도 시행 시점을 또다시 연기했다.
8주룰 추진 배경에는 경상 환자의 과잉진료가 보험금 누수로 이어지고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주요 손해보험사 4곳의 통계에 따르면 경상 환자의 88.6%는 사고 후 8주 이내에 치료를 마치지만 이를 초과해 장기치료를 받는 환자 구간에서는 한방 진료 비중이 87.8%에 달했다. 2019~2024년 경상 환자의 의과 치료비는 3500억원에서 2600억원으로 감소한 반면 한의과 치료비는 6500억원에서 1조1400억원으로 급증해 한방진료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
한의학계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8주라는 기간 설정이 국제적·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단순 타박상과 달리 교통사고 후유증 등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회복 기간이 다른데도 이를 행정적 기준으로 일괄 규제하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유창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치료기간을 강제로 제한하면 선량한 환자가 피해를 볼 뿐 아니라 8주 이후 치료를 건강보험으로 이어가게 돼 결국 건보 재정 부담만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손해보험업계는 8주룰이 환자의 치료를 강제로 막는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 기관의 의학적 판단을 거쳐 과잉 진료를 걸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입장이다. 경상 환자의 일반 의과 진료는 대부분 4주 안에 마무리되는 반면 유독 한방 진료만 장기화하는 경향이 나타나 객관적인 검증이 필수라는 것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과잉 진료를 막아 손해율이 개선되면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인하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