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고민했습니다. 피하면 부끄러울 것 같았습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6·3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더불어민주당 후보 자격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2012년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선거 출마 이래 다섯 번째 대구지역 선거 도전이다. 보수당 텃밭으로 여겨져온 대구가 국민의힘 공천 난맥상으로 혼돈을 겪는 가운데 민주당이 먼저 후보를 결정한 셈이 됐다. 대구·경북(TK) 내 진보진영 후보군에서는 가장 무게감이 있는 그가 출마하면서 달구벌 선거 구도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예비경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후보들은 독자 유세를 펼치며 선거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김 전 총리가 다자구도에서도 모든 국민의힘 후보들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 전 총리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전 총리는 2022년 국무총리에서 퇴임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여정을 마무리한다”며 정계 은퇴 의사를 보였지만, 민주당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총리 출마를 다각도로 권유해왔다. 김 전 총리는 “출마 요청은 지난해 가을부터 받았다”며 “먼저 대구 후배 정치인들이 찾아왔고 두 달 전, 고 이해찬 (전) 총리 장례식장에서는 선배들 추궁까지 쏟아졌다”고 전했다.
김 전 총리는 경기 군포시에서 16·17·18대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후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19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갑 국회의원에 도전해 고배를 마셨으며 2년 뒤 6회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해 낙선했다. 20대 총선에 다시 출마해 대구 수성구갑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 민주당 소속으로 대구에 입성한 첫 국회의원이다. 대구에서 한 차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3차례 낙선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보수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이번에도 선거 후반이 되면 국민의힘은 또 ‘보수가 위기다, 대구까지 좌파에 넘겨주면 안 된다’ 그러면서 빨간 점퍼 입은 이들이 줄지어 큰절하고 다닐 것”이라며 “대구가 앞장서 국민의힘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진짜 보수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의 인지도와 개인 지역기반에 더해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대구 지역경제 성장을 위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출마선언문에서도 “저는 지역주의보다 높은 지역소멸이라는 절망의 벽을 넘고자 한다”며 “우리의 아들딸이 대구를 등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출마선언 뒤 질의응답에서도 “근본적으로 청년 미래 먹거리, 일자리 문제가 대구경제를 살릴 핵심”이라며 “대구가 강한 기계공업과 로봇 산업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결국 보수당에 표를 줬던 대구지만 대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바뀌어야 한다며 선거판을 흔들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구를 시작으로 서울과 경북·충북 등 예비 후보자 비전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대구시장 후보는 다음달 13일 한 차례 더 토론 후 본경선 진출자를 2명으로 압축하고, 19일 본경선 토론회를 진행해 최종 후보를 26일 발표할 예정이다.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컷오프되면서, 토론회에는 윤재옥·최은석·유영하·추경호 의원과 홍석준·이재만 예비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은 살아있다. 주 의원은 컷오프에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이 전 위원장은 지난 주말 프로야구 삼성의 개막전이 열린 대구 라이온즈파크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TBC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차기 대구시장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49.5%를 기록해 추경호(15.9%), 유영하(5.8%), 윤재옥 의원(5.6%) 등 국민의힘 후보들을 모두 오차범위 밖에서 제쳤다. 김 전 총리는 국민의힘 후보와의 1대1 가상대결에서도 모두 50%를 훌쩍 넘는 지지를 받으며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주 의원, 이 전 위원장은 제외됐는데 컷오프 주자의 무소속 출마로 ‘3자 구도’가 현실화될 경우 야권표 분산이 심화하며 김 전 총리의 입지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조사는 대구시민 804명을 상대로 28∼29일간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