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위해 증파된 미군 병력이 중동에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중동 지역 미군 병력이 총 5만명을 넘어섰다. 이란과의 협상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한 병력 전개가 본격화하면서 미군이 어떤 작전을 벌일지를 두고 다양한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호르무즈해협 일대가 유력한 전장으로 거론된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은 지상전 가능성이 부상하면서부터 미국의 최우선 공격 목표로 꼽혀 왔다. 이곳을 장악할 경우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여 항복을 압박할 수 있다. 다만 점령과 유지를 위해서는 미 군함 투입이 불가피해, 진입로인 호르무즈해협 장악이 선행돼야 한다.
이 때문에 이란의 방어선인 호르무즈해협의 7개 섬이 미군의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만만에서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려면 호르무즈해협 동쪽의 호르무즈섬, 라라크섬, 케슘섬, 헨감섬을 지나야 한다. 이들 4개 섬은 이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다. 이곳을 지나면 대툰브섬과 소툰브섬, 아부무사섬이 나타난다. 이곳은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곳이다.
이들 7개 섬은 이란의 ‘아치형 방어선’으로도 불린다. 칼 슈스터 전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장은 “하르그섬보다 아부무사 등 해협 서쪽의 3개 섬을 점령하는 게 미군에 전략적으로 이롭다”면서 “자신이라면 현재 미군이 배치한 2개의 해병원정대 병력 약 5000명을 모두 이들 섬을 장악하는 데 투입할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중동 지역 미군 규모는 현재 5만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미군 부대에 주둔해 있던 약 4만7000명에 지난 27일 도착한 트리폴리함 해군·해병대 병력 3500명을 합친 규모다. 여기에 11해병원정대 2500명과 육군 정예 82공수사단 소속 신속대응군 2000명도 중동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1만명 추가 파병도 고려 중이다.
미 지상군 침투가 바다가 아닌 이란 내륙의 핵시설이 될 것이란 추측도 있다. 이번 전쟁의 명분이 ‘이란 핵 위협 제거’인 만큼 농축우라늄을 해체해야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서 핵물질 약 1000파운드(약 454㎏)를 무력으로 확보하는 군사 작전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다양한 지상전 옵션 중 이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열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전쟁 종식 조건으로 이란에 해당 물질을 넘기도록 압박하라고 고문들에게 독려했다”며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서 포기하지 않으면 무력으로 압수할 방안을 논의했다”고 WSJ에 전했다.
이란은 이스파한과 나탄즈의 핵시설에 지난해 기준 60% 고농축우라늄 약 400㎏, 20% 농축우라늄 약 200㎏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핵물질을 무력으로 제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뚫고 시설에 진입해야 하며, 굴착 장비와 대형 탱크, 특수 저장고 등을 이동시켜야 하고, 이후 방사성 물질 제거 훈련을 받은 특수작전팀이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최소 며칠에서 일주일은 걸리는 복잡한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큰 희생이 예상되며, 자칫 전쟁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 결국 협상을 통해 이란 스스로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길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WSJ의 보도는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 주목된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전날 “의회 등 관련 기관들이 NPT 탈퇴를 긴급 검토하고 있다”며 “NPT에 잔류할 이유가 없다는 최종 결론이 점차 도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NPT는 핵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약속하고 추가적인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이다. NPT 탈퇴는 앞으로 이런 제약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 될 수 있다.
통신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어떠한 금지나 비난도 제기하지 않는다”면서 “NPT 탈퇴는 핵무기 획득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IAEA 사찰단을 가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첩보활동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