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곰돌이, 곰순이 잘 키워주세요.”
경기 김포의 한 농장에서 농장주 김모(83)씨는 농장을 떠나는 사육곰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10년 넘게 기른 사육곰을 전남 구례 보호시설로 보내는 날이다. ‘곰돌이’, ‘곰순이’로 불리는 곰들은 2015년 이 농장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좁은 철창 안에서 지냈다.
이송 작업은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곰을 마취한 뒤 철창 밖으로 옮겼다. 눈과 치아 등을 확인하고 혈액과 모근을 채취해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개체 식별을 위한 마이크로칩을 삽입하고 발신기와 표식기도 부착했다.
정부는 농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1981년 곰 수입을 허가하며 사육곰 산업을 장려했다. 곰의 쓸개즙을 건조해 만든 약재인 ‘웅담’을 얻기 위한 사육이 이뤄졌고, 일부에서는 곰 요리까지 유통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후 1985년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호 흐름에 따라 수입은 전면 금지됐지만, 이미 형성된 산업은 지속됐다. 1990년대에는 사육곰 개체 수가 증가해 한때 약 1400마리에 달했다.
1991년 살아 있는 곰에게 관을 삽입해 쓸개즙을 채취하는 ‘생체 채취’ 방식이 등장했다. 웅담을 얻기 위해 곰에게 큰 고통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됐다. 사육 환경과 함께 동물복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계기가 됐다.
농장주 김씨는 “우리가 곰을 키운 지 40년 가까이 된다. 예전에는 새끼를 낳으면 분양을 하기도 했다”며 “이제는 나이가 있다 보니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높아진 동물복지 인식 속에서 정부와 지자체, 농가, 시민단체는 2022년 ‘곰 사육 종식 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2026년 1월1일부터 곰 사육과 웅담 채취가 전면 금지됐다.
사육곰 보호를 위한 시설도 마련됐다. 전남 구례에 조성된 ‘곰 마루쉼터’는 부지 약 2만5744㎡ 규모로, 최대 49마리를 수용할 수 있다. 자연과 유사한 환경의 방사장이 조성돼 곰이 흙을 밟고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구례군이 조성하고 국립공원공단이 운영을 맡았다. 현재 31마리가 입소해 있으며, 수의사 3명을 포함한 총 11명의 인력이 상주하며 개체를 관리하고 있다. 사육곰에게 ‘요양병원’ 같은 곳이다.
시설에서는 개체 상태 점검, 먹이 급여, 방사 및 청소, 시설 점검 등이 일과로 반복된다. 먹이는 개체 상태에 맞춰 사료와 채소·과일 등을 혼합해 제공한다. 그러나 모든 곰이 보호시설로 옮겨진 것은 아니다. 현재 전국 농가에 사육곰 189마리가 남아 있다. 지금까지 공영·민영 보호시설로 이송된 개체는 40여마리에 불과하다.
구례 보호시설에서 만난 곰들은 오랜 사육의 흔적을 안고 있었다. 시력을 잃거나 치아가 손상된 개체,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 질환을 앓는 곰들도 적지 않았다. 두 눈의 시력과 치아를 모두 잃은 채 후각에 의존해 살아가는 곰, 세 다리를 잃은 ‘꼬물이’ 같은 개체도 있다. 꼬물이는 사람들에게 좀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무도 없을 때 비로소 한쪽 다리로 지탱한 채 몸을 끌며 움직인다. 그 움직임 때문에 붙은 이름이 꼬물이다.
웅담만이 유일한 존재 이유였던 사육곰은 오랜 사육으로 야생성을 잃었고, 스스로 생존할 능력이 부족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다. 결국 보호시설에서 생을 마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다.
사육곰 산업은 40여년 만에 제도적으로 종식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189마리가 농가에 남아 있고, 보호시설 이송과 관리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농장주 김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곰 키우는 것도 끝내야죠.”
철창은 열렸다. 사육곰은 이제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마지막 한 마리까지 책임지는 일, 그것이 이제 우리 사회에 남겨진 역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