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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갈 데까지 가는 스페인… “美 군용기 영공 통과 금지”

출격 미군 폭격기, 이베리아반도 우회해야
백악관 “목표 초과 달성… 스페인 도움 불필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동맹인 미국에 등을 돌린 스페인이 ‘영공 폐쇄’라는 충격 요법까지 들고 나왔다. 대(對)이란 전쟁 수행과 관련된 미국 항공기에 한해 자국 영공 통과를 불허한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스페인의 도움 따위 필요없다”고 일축했으나, 내심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이달 초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 관계 단절 방침을 내비친 바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11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두 사람이 만났을 때의 모습. 로이터연합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11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두 사람이 만났을 때의 모습. 로이터연합

30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란 공격에 동원되는 미국 항공기는 스페인 영공을 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스페인 로타 해군 기지 및 모론 공군 기지를 이란과의 전쟁에 이용하려는 어떠한 요청도 승인하지 않고 있다며 “스페인 정부는 개전 초기부터 미국 정부에 이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외교부 장관도 “전쟁의 확대를 부추길 수 있는 행동은 아예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자국 정부의 결단을 옹호했다.

 

이란 폭격에 참여 중인 미국 군용기 일부는 영국 글로스터셔주(州)의 페어포드 공군 기지를 근거지로 삼고 있다. 이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미군의 사용을 허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스페인 정부의 조치에 따라 페어포드 기지에서 출격한 폭격기 등 미국 군용기들은 대서양 동부 또는 프랑스 상공을 거치는 식으로 이베리아 반도를 우회해야 한다.

 

좌파 사회노동당 대표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스페인 정부는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트럼프의 요구에 따라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으로 올리는 데 동의했지만, 유독 스페인만 이를 거부했다. 산체스는 지난 2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형 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해 산체스는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이용을 금지하며, 플랫폼 업체의 연령 확인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글로스터셔 페어포드 공군 기지에 미군 수송기가 착륙한 직후 요원들이 폭발물과 탄약 등을 하역하고 있다. 미군은 영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페어포드 기지에서 이란 공격용 폭격기 등을 출격시키고 있다. AP연합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글로스터셔 페어포드 공군 기지에 미군 수송기가 착륙한 직후 요원들이 폭발물과 탄약 등을 하역하고 있다. 미군은 영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페어포드 기지에서 이란 공격용 폭격기 등을 출격시키고 있다. AP연합

화가 난 트럼프는 이달 초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하는 도중 스페인을 맹비난했다. 스페인도 회원국인 유럽연합(EU)의 맏형이 바로 독일이란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트럼프는 이란을 표적으로 한 군사 행동인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 개시 당시 나토 동맹국들의 태도를 평가하며 “일부 유럽 국가들, 예를 들어 스페인은 형편없었다”고 일갈했다. 이어 “스페인은 나토 회원국 중 국방비를 GDP 대비 5% 이상으로 올리지 않은 유일한 나라”라며 “스페인과 모든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날 스페인의 영공 폐쇄 방침을 놓고 백악관 관계자는 BBC에 “미군의 장대한 분노 작전은 이제껏 모든 목표를 달성하거나 초과 달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스페인을 비롯한 다른 누구의 어떠한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