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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값 배 이상 뛰었는데 벌써 동나” 화물차 기사들 끌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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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發 대란 조짐

온라인에선 ‘1만원→3만∼4만원’
일부 주유소는 이달 말 돼야 입고
학원버스 기사들도 “부담 가중”
차량 기름값 상승 이어 ‘이중고’
정부 “주유소 판매가 급등 안 해”
긴급수급조정조치 심의 보류 결정
“8000원에서 1만원 하던 제품이 3만원까지 올랐던데요. 사재기 해둘 여유도 없어서 걱정이에요.”
재고 점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요소수 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31일 서울 한 주유소의 관계자가 요소수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 정부는 요소수 대란을 막기 위해 지난 27일 ‘요소수 및 그 원료인 요소 매점매석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했다. 유희태 기자
재고 점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요소수 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31일 서울 한 주유소의 관계자가 요소수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 정부는 요소수 대란을 막기 위해 지난 27일 ‘요소수 및 그 원료인 요소 매점매석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했다. 유희태 기자

영어학원 통원 버스를 운전하는 A(57)씨는 31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하며 “요소수 같은 비용은 학원이 내주지 않고 기사가 알아서 구매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학원 통원 차량은 상당수가 A씨처럼 개인 사업자 형태로, 학원과 계약하는 ‘지입’ 차량이다. 주유비나 요소수 구매는 기사 개인 몫인데, 최근 온라인에서 요소수 시세가 2배 이상 오르면서 근심거리가 더해졌다.

미국·이란전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요소수 대란’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 정부는 요소수 비축분이 충분하다고 설명했지만, 제품을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사재기 조짐도 감지된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요소수 가격은 연일 요동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가격 변동 추적 애플리케이션 ‘폴센트’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제품 가격은 기존 1만원 전후에서 최소 2만원 전후, 많게는 3만∼4만원 이상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온라인뿐 아니라 일부 주유소에서도 요소수를 구하는 건 쉽지 않은 모양새다.

마포구 소재 한 주유소 관계자는 “현재 요소수 재고가 없다. 주문을 넣어둔 상태지만, 4월 말에나 들어온다고 한다”며 “워낙 대란이라고 하니 주문일이 밀릴 것 같다”고 했다. 은평구 소재 다른 주유소도 요소수 재고를 묻자 1개만 남았다며 “추가 입고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해하는 데 쓰이는 요소수는 경유차 필수 소모품이다. 2016년 이후 제작·수입된 경유차엔 배기가스 저감장치(SCR)가 의무적으로 장착되고, SCR 설치 차량은 요소수가 있어야 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란 조짐을 보이는 건 원료 수입이 막힐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업체들은 핵심 원료인 요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길어질 경우 물류 차질로 수입이 막힐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사재기로 이어지고 있다.

경유차를 타고 장거리 운행하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부담이 특히 클 수밖에 없다. 용산구 소재 주유소에서 만난 50대 화물차 기사 B씨는 “회사 지정 주유소가 있다. 주유와 요소수 구매 모두 그곳에서 하라고 지침이 내려온다”며 “아무래도 회사도 요소수 값이 오를 것 같다는 생각에 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류배달업에 종사하는 고일목(62)씨도 “기름값도 전에 10만원 정도에 주유하던 것이 지금은 13만원 안팎으로 올랐다. 회사 입장에선 요소수 가격이 많이 오르다 보니 비축분이 떨어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비용 문제로 배송 자체가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요소수 수급 불안을 고려해 물가안정법에 따른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심의할 예정이었다.

다만 현 시점 수급 문제가 일부 해소된 상태라 판단해 논의 끝에 심의를 보류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불안심리로 온라인 주문이 늘면서 일부 제품 가격이 뛴 건 맞지만 실제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요소수 가격은 예년과 비교해 급등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요소수, 헬륨, 알루미늄 등 핵심 원자재 역시 전시물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나프타 수급 부족으로 의료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부처 협의를 늘릴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비상경제대응 민생복지반 제1차 관계부처 점검회의를 열고 의약품·의료기기의 수급불안 해소와 취약계층 민생복지 지원 방안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