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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6조 전쟁 추경안, 선거용 퍼주기 논란 불식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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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대응·민생 안정 방향 맞지만
‘소득하위 70%’ 피해지원금은 과도
李 긴급재정명령 검토, 신중 기하길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2026년도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2026년도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했다. 중동전쟁발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등 3고 복합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추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신속한 집행이 필요하다. 정부는 고유가 대응, 민생안정, 산업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등 3대 분야에 집중했다고 했는데 방향은 맞다. 하지만 각론을 들여다보면 6·3 지방선거를 의식한 듯한 헤픈 씀씀이가 작지 않다.

추경안은 고유가부담 완화 차원에서 ‘소득하위 70%’ 3580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씩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4조8000억원이 소요된다. 하위 70%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중산층까지 포함된 보편지원에 가깝다. 중산층은 제외하거나 지원금을 줄이는 대신 고유가 충격에 생계가 막막한 빈곤층에 집중하는 게 옳다. 석유최고가격제 손실 보전용 5조원은 ‘밑 빠진 독 물 붓기’식 낭비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자고 나면 국제유가가 요동치는 판에 얼마나 더 많은 돈이 들어갈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제라도 공급 위축, 암시장 형성 등 부작용만 양산하는 인위적인 가격통제는 접어야 한다. 추경에는 청년창업과 영화·공연·숙박할인권 지원까지 포함됐는데, ‘전쟁 추경’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야당에서 ‘매표용 퍼주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올해 성장률이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재원도 올해 반도체와 증시호황으로 늘어날 세수로 충당한다고 한다. 초과세수를 남는 돈처럼 여길 게 아니라 적자국채부터 갚는 게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다. 올해 예산은 본예산 728조원에 이번 추경을 합치면 753조1000억원인데 전년 대비 11.8%나 늘어난 수준이다. 잠재성장률 1%대인데 재정이 10% 넘게 확대되는 건 정상이 아니다. 과도한 재정투입은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와 환율을 자극할 공산이 크다. 국회는 심의과정에서 옥석을 가려 선심성 사업을 확 걷어내고 추경 규모도 합리적으로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긴급할 경우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헌법상 긴급명령권은 내우·외환 등 국가비상상황에서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만 발동할 수 있다. 언제든 국회 소집이 가능한 데다 여당은 거의 모든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1993년 8월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선포 때 이후론 긴급명령권이 발동되지 않았을 정도로 예외적인 조치다. 신중히 행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