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가 당연해진 시대지만, 가사와 돌봄의 무게추는 여전히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제 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집안일은 여성의 부담이 크다는 통계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31일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이 발간한 ‘한국의 SDG(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보고서 2025’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성평등(목표 5) 지표 중 무급 가사·돌봄 노동의 성별 격차가 여전히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 경제력 상관없는 ‘가사 편중’… 맞벌이 아내 2.9배 더 일해
보고서 속 성별 시간 이용 통계를 살펴보면, 여성은 하루 평균 시간의 11.5%를 가사와 돌봄에 할애하는 반면 남성은 4.0%에 그쳤다.
주목할 점은 가구 형태별 격차다. 맞벌이 가구에서 아내의 가사 노동 시간은 남편보다 2.9배 많았다.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 외벌이’ 가구에서조차 아내(11.1%)가 남편(7.4%)보다 1.5배 더 많은 가사 노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는 가사 노동 분담이 단순히 ‘누가 더 바쁜가’의 문제를 넘어, 오랜 사회적 관습과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 독박 가사가 부른 저출산… ‘삶의 질’ 떨어뜨리는 요인
이러한 불균형은 단순히 부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난제로 이어진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구조 속에서 여성들의 출산 기피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중년 이후의 삶도 마찬가지다. 은퇴 후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가사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후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급격히 하락한다. 최근 ‘가사 은퇴’를 꿈꾸며 실버타운을 찾는 중년 여성이 늘어나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가사는 노동 아닌 신체 활동”… 부부 건강 지키는 열쇠
전문가들은 가사 분담을 ‘도와주는 일’이 아닌 ‘공동의 생활’로 인식 전환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상적인 가사 활동을 질병 예방에 효과적인 신체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설거지나 청소처럼 온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심혈관 건강과 근육 유지에 도움을 준다. 남편의 적극적인 가사 참여가 본인의 건강은 물론 아내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인 셈이다.
보고서는 “SDG의 핵심 원칙인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사회’를 위해서는 성별 가사 노동의 균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가족학계 한 전문가는 “가사 분담은 단순한 노동의 배분이 아니라, 초고령 사회에서 부부가 20~30년을 동등한 파트너로 공존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