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HD현대중공업 주식을 기반으로 3조원이 넘는 교환사채(EB)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증권가는 향후 채권자가 주식교환을 해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면 투자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EB라는 수단을 활용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재부채비율·순차입금 규모 등이 낮아 우수한 재무상태이면서 굳이 주가에 부담을 주는 EB발행을 택한 것은 금융비용을 아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평가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31일 보유한 HD현대중공업 주식 561만3704주(발행주식총수의 5.35%)를 대상으로 3조314억원(20억달러)규모의 ‘외화표시 무보증 선순위 해외 EB’를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EB발행으로 확보한 자금 3조원 중 절반은 운영자금, 절반은 타법인 출자자금에 쓸 예정이다. 조달한 자금을 채무상환에 쓰는 것이 아닌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금에 활용한다는 점에선 긍정적 신호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1일 보고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조선소를 포함한 해외사업에 대부분 쓰일 전망”이라며 “인도 타밀나두 주의 신규 조선소 건립, 코친 조선소 협력 약속에 따른 투자, 필리핀 수빅 야드의 생산능력 재건을 위한 투자 등에 쓰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사업 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밝혀 왔던 해외 조선소에 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확장의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HD현대중공업 주식을 기반으로 EB발행을 통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자금을 마련한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변용진 연구원은 ”회사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할 일이지만 수단과 타이밍은 조금 아쉽다“며 ”지난해 말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은 부채비율 9.8%, 순차입금 –1조7788억원으로 순현금 상태의 우수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유현금 및 금융기관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으로도 큰 무리가 없을 재무 상태임에도 주가에 부담을 주는 EB발행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계속해서 HD현대중공업 주식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 HD현대중공업 주식(발행주식총수의 3%)으로 3500억원 규모의 블록딜 매각으로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2월에는 HD현대중공업 주식을 기반으로 60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기도 했다.
변 연구원은 ”과거 이력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시장조달이 아닌 블록딜, 전환사채, EB 등의 수단이 또 동원될 수 있고 이는 투자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해외투자는 향후 약 5개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며 자금조달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은 아닌데 굳이 현 시점에 주가에 하방 압력을 주는 EB발행을 발표한 것은 또 한번 아쉽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