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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경쟁력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 파업 변수에 수주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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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파업 위기를 맞았다. 노조 투표에서 찬성 95.52%, 투표율 95.38%로 사실상 전면 파업 수순이다. 단순한 임금 갈등을 넘어,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둘러싼 충돌로 번지는 양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노사는 13차례에 걸친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합의에 실패했다. 이후 조정 절차까지 중단되면서 노조는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과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자사주 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채용·승진·징계 등 인사 전반은 물론, 분할·합병 같은 경영권 사안까지 노사 합의를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보상 문제’를 넘어, 회사 운영의 의사결정 권한 자체를 건드리는 요구다.

 

반면 사측은 6.2% 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안을 제시했다. 그룹 가이드라인에 따른 보상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과급 기준에서도 노조는 영업이익의 20%를 요구하는 반면, 회사는 10% 또는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숫자만 보면 격차처럼 보이지만, 실제 충돌 지점은 더 깊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디까지 결정하느냐’의 문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위탁개발생산) 분야에서 글로벌 생산능력 1위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형 수주 경쟁이 한창이다.

 

경쟁 상대는 론자, 후지필름 등 글로벌 기업들이다. 이 시점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단순한 ‘일시 중단’ 이상의 영향이 예상된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은 계약 기반 산업이다. 일정이 흔들리면 신뢰가 흔들리고, 이는 곧 다음 계약으로 이어진다. 계약 지연이나 위약 리스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이 “지금은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다만 아직 완전한 결렬은 아니다. 노조는 4월 21일 또는 22일 집회를 거친 뒤 5월 1일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 전까지 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

 

노조 측은 “파업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요구 조건 역시 전면 관철이 아닌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측 역시 “원만한 협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