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홈쇼핑, 2000억 넘는 부동산 매입을 왜 찬성해 줬어요?”
2023년 7월,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 이사회는 전원 찬성으로 서울 양평동 롯데웰푸드 사옥을 2039억원에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로부터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해당 사안을 보고받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 전 회장은 당시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이었던 김기유 사장에게 “법률 보고서를 보내 달라”며 다그쳤다.
이 사례는 롯데홈쇼핑을 두고 20년째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최대 주주 롯데와 2대 주주인 태광 간 갈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2005년 우리홈쇼핑 지분 인수 추진 때부터 실타래처럼 꼬인 두 그룹의 관계는 방송위원회(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전신)의 승인 취소 소송부터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주주총회에서의 이사선임 반대 등 사사건건 부딪쳤다. 태광이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 해임안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는 5월 롯데홈쇼핑의 임시 주주총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세계일보가 확보한 이 전 회장과 김 전 사장이 2023년 8월6일 주고받은 메시지에 따르면 당시 이 전 회장은 롯데홈쇼핑의 부동산 매입에 불만을 내비쳤다. 이 전 회장이 “(롯데홈쇼핑의) 부동산 매입을 무효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하자, 김 전 사장은 “매입금액 2000억원 중 1600억원을 제외한 400억원에 대해 집중적으로 법적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양평동 사옥가치에 대해 태광 측은 1600억원이 적정하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태광은 롯데홈쇼핑을 롯데지주 부당지원 의혹으로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다만 공정위는 롯데홈쇼핑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태광과 롯데가 충돌한 건 롯데홈쇼핑의 양평사옥 매입 건뿐만이 아니다. 태광은 롯데홈쇼핑의 롯데건설 자금 지원(2022년)과 롯데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에 대한 공정위 신고(2023년), 롯데 브랜드 사용 계약 해지 요구(2025년)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롯데 측에 날을 세웠다.
최근에는 롯데홈쇼핑이 롯데계열사들에 부당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롯데 측이 발끈하면서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태광 관계자는 “지난 1월14일 이사회에서 내부거래 승인 안건이 부결됐음에도 (롯데홈쇼핑이) 올해 1∼2월 롯데쇼핑 및 롯데하이마트 등 계열사들과 25억원 규모의 내부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롯데홈쇼핑의 내부거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태광이 문제를 제기한 거래는) 지난 19년간 태광 측 이사진을 포함한 이사회가 동의해 온 사업구조로 법적 문제도 없다”며 “태광의 반복적이고 비정상적인 주장에 대해선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받아쳤다. 태광은 5월14일로 예정된 롯데홈쇼핑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에 대한 해임안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롯데가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와 태광은 혼맥으로 얽혀 있다. 이 전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 고 신격호 명예회장 동생인 신선호 일본산사스식품 회장의 딸 신유나씨와 결혼했다. 이 전 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조카사위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신선호 회장은 롯데 경영권 갈등 당시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 측에 서는 등 한국 롯데와 반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