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에 자욱한 안개가 낀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3월 수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사상 첫 ‘300억달러 시대’를 연 반도체의 힘 덕분이다. 다만 전쟁 타격을 받은 중동 지역과 석유화학 분야는 갈수록 수출 전선에서도 빨간불이 켜지는 모습이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861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8.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기존 최대치였던 지난해 12월(695억달러) 기록도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수입은 13.2% 늘어난 604억달러로 집계됐고, 무역수지는 257억4000만달러 흑자로 역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일등공신은 반도체였다. 3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1.4% 폭증한 32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반도체의 초호황은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로 인해 메모리 가격이 폭등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8.1%까지 확대되며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2.2%), 선박(10.7%), 이차전지(36.0%), 컴퓨터(189.2%) 등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0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전기기기,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 유망품목 수출도 각각 3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일부 지표에서는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석유제품 수출은 유가 급등에 따른 수출 단가 상승으로 금액 기준 54.9% 증가했지만, 중동 전쟁의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달 4주 차에는 수출 물량이 17% 감소했다. 특히 나프타는 지난달 27일 수출 제한 조치로 수출 물량이 22%나 급감했다.
지역별 지표에서도 전쟁의 영향력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대중국·대미국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각각 64.2%, 47.1% 증가했지만, 중동 수출은 물류 차질 영향으로 49.1% 급감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중동 전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유가 상승이 이어지고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는 등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