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하자마자 농사로 떼돈을 벌 수는 없습니다.”
강원 강릉시 성산면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박용수(36)씨는 2021년 귀농 후 첫 매출이 월 180만원이었다. 이마저도 유류비와 전기요금 등을 내고 나니 남는 돈이 없었다. 그는 “첫 매출을 보고 1년 넘게 수익률을 따져보지 않았다. 매출이 너무 적으니 계산해보기도 싫었다”고 회상했다. 서울에서 회사원으로 일했던 그는 직장을 떠나 창농을 선택했다. 수개월 동안 전국에서 규모가 큰 버섯재배지를 찾아다니며 일을 배우고 여러 강의를 수강하며 재배기술을 익혔으나, 첫 매출을 보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외부의 도움 없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으리란 생각을 내려놓고 매달 11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영농정착지원금을 신청했다. 이를 기반으로 버섯 재배설비를 자동화해 생산 효율을 높였고 판로를 확보해 나갔다. 지금은 하우스 4동에서 연간 30t을 생산하며 연매출을 1억3000만원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초기 지원금이 영농 안착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농사 초보인 청년농업인이 매달 11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영농정착지원사업이 영농 초기 ‘버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안전망 기능을 하고 있다. 농업은 처음에 투자를 진행해도 수익이 발생하는 데 수년이 걸리고, 판로를 확보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해 소득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의 청년농업인 지원 정책은 이러한 농업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해 주는 성격이 강하다. 실제 청년농업인들도 이러한 초기 정책 지원이 없었다면 귀농을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정부는 향후 단순 소득 지원을 넘어 청년들이 영농을 지속할 수 있는 질적 성장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책 설계 방향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매달 110만원씩’ 초기 정착 돕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귀농귀촌 초기 안착을 위한 대표적인 사업은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이다. 영농 초기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농업인에게 정착지원금을 지급하고 교육·자금·농지 지원을 연계하는 제도다. 영농정착지원금은 1년차 초보 청년농업인에게 매달 110만원씩, 2년차와 3년차는 각각 100만원, 90만원씩 최대 36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영농 경영비와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초기 소득 공백을 메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26년 예산은 1123억원 규모다.
초기 청년농업인이 귀농 후 가장 고민하는 농지 활용을 돕는 사업도 관련 예산을 늘려 추진 중이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거나 비농업인이 상속받은 농지를 매입해 청년들에게 빌려주는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 예산은 지난해 9625억원에서 올해 1조6170억원으로 68% 증액됐다. 청년농업인이 희망하는 농지를 공공기관이 먼저 매입 후 청년농업인에게 매도 조건으로 장기 임대해 주는 선임대후매도 사업 역시 193억원에서 770억원으로 예산을 대폭 늘렸다.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사업 지원 규모는 2023년 2608㏊에서 지난해 3257㏊로 늘었고, 선임대후매도 사업 관련 농지도 19㏊에서 44㏊로 청년층의 이용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농업 비전’보고 도전한 청년 질적 성장 돕는다
농식품부가 청년농업인 지원 정책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온 것은 농업에 도전한 청년들이 정착할 때까지 최소한의 소득 안전망을 구축해 주기 위해서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단순 지원을 넘어 청년들이 농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영농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설계를 ‘질적 성장’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영농정착지원사업 개선을 위해 청년농업인 2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패널조사 결과, 청년농업인의 47.1%는 ‘농업의 미래 비전’을 보고 영농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에게 농지나 시설, 자금, 영농 노하우 등을 직접 지원받을 수 있는 가업승계는 농업의 미래 비전을 보고 영농을 시작한 청년의 절반 수준인 23.6%였다. 주 생산 품목은 채소와 과수가 51.1%로 조사됐다.
청년농업인이 영농활동이나 농촌정착 시 겪는 애로사항은 ‘농업 경영’이 64.3%로 가장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농지 확보’(36.4%), ‘경영 자금 확보’(28.7%)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이 확대되기를 바란다는 답변이 42.9%로 가장 많았다.
농식품부는 지원금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자 목표를 2020년 이전까지 1600명으로 유지하다가 2022년 2000명, 2023년 4000명, 2024년 5000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실제 영농에 뛰어든 청년들은 2020년 1463명에서 2024년 4167명까지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지원대상자 목표 인원을 3000명 수준으로 조정했다. 이는 농식품부가 청년농업인에 대한 정책목표 기조를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양적 증가보다 영농 지속 가능성과 경영 역량을 갖춘 인력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24년까지는 청년농업인의 유입에 집중했으나 영농 준비가 부족한 일부 청년이 선정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준비가 미흡하거나 창농을 해도 중간에 이탈하는 등 안정적인 정착에 실패하는 청년들이 발생하면서 정책 전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지원만 늘리는 양적 성장보다 청년들이 농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영농을 지속할 수 있는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접근을 시도했다”며 “그래서 지난해부터 창농에 대한 의지와 준비가 된 청년을 중심으로 선별했고, 올해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