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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조 묶인 땅 푼다…롯데, 막힌 현금줄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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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분양 변수 속 유동성 회복 시험대 올라

롯데가 보유한 유휴 부지를 활용해 현금 유입을 만드는 전략에 본격 착수했다. 계열사 전반의 재무 부담이 커지자, 묶여 있던 자산을 직접 개발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일대 부지 전경. 롯데그룹이 약 2800억원에 매입한 이 부지는 한강과 선유도공원 인근에 위치해 향후 주거·복합개발이 추진될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롯데물산 제공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일대 부지 전경. 롯데그룹이 약 2800억원에 매입한 이 부지는 한강과 선유도공원 인근에 위치해 향후 주거·복합개발이 추진될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롯데물산 제공

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그룹이 보유한 유휴 부지는 자산가치 기준 약 5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단순 보유 자산이 아니라, 현금 흐름을 좌우할 핵심 레버가 되는 규모다.

 

이번 전략은 방식의 변화에 가깝다. 과거처럼 외부 매각이나 시행에 맡기는 대신, 개발부터 시공·운영까지 그룹 내부에서 수행하는 구조로 방향을 틀었다.

 

개발 이익을 외부로 흘리지 않고 내부에 축적해 현금 흐름을 개선하겠다는 계산이다. 롯데물산과 롯데건설이 중심이 되는 내부 순환 구조가 구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더 이상 시간을 벌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리 부담과 업황 둔화가 겹치면서 단순 차입으로 버티는 전략이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은 업황 둔화와 실적 부담이 겹치며 재무 압박이 빠르게 커진 상태다. 외부 자금에 의존하기보다 내부 자산을 활용해 숨통을 트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해석이다.

 

첫 움직임은 서울 영등포에서 시작됐다. 롯데물산은 지난달 31일 롯데칠성음료가 보유하던 양평동 부지와 건물을 약 2800억원에 매입했다.

 

이 부지는 약 2만1000㎡ 규모로,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다. 한강과 선유도공원 인근이라는 입지를 갖춰 주거 수요뿐 아니라 임대·상업 수요까지 동시에 기대되는 복합 개발 입지로 평가된다.

 

향후 개발이 진행될 경우 수백 가구 규모의 주거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시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개발 이익은 롯데물산이 가져가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는 단일 사업이 아닌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반기에는 서초동 물류센터 부지에 약 4조원 규모의 오피스텔·상업시설 복합개발이 거론된다. 상암 롯데몰과 영등포 공장 부지 등도 순차적으로 개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속도를 높이는 전략은 리스크도 함께 키운다. 부동산 시장은 금리 변동과 정책 변수에 민감하고, 분양 시장이 위축될 경우 사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리가 다시 오를 경우 분양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도 변수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면 유동성 회복 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일정이 지연될 경우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략은 단순한 부동산 사업 확대라기보다 그룹 전반의 현금 흐름 구조를 재편하는 시도에 가깝다. 롯데지주는 최근 부채비율 상승과 단기 차입금 증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외부 차입 대신 내부 자산을 활용하는 방식은 재무 부담을 분산시키는 선택으로 평가된다.

 

결국 관건은 속도다.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유동성 회복의 전환점이 될 수 있지만, 일정이 흔들릴 경우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영등포의 조용했던 부지는 이제 단순한 자산이 아닌 롯데의 다음 흐름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