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남정훈 기자] GS칼텍스의 권민지는 동 포지션에서 수준급 신체조건인 1m80의 신장에 펀치력을 앞세운 공격력과 블로킹 능력이 돋보이는 아웃사이드 히터다. 리시브 능력이 다소 아쉽지만, 특유의 쾌활하고 밝은 성격과 엉뚱한 면모, 이른바 ‘똘끼’로 코트 위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해내는 선수다. 권민지가 좋은 경기력 보이며 오버 섞인 세리머니를 코트 위에서 선보이면 GS칼텍스의 전체 팀 분위기가 올려줄 수 있다.
그러나 권민지의 이번 봄 배구 시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발 출장했던 권민지는 1세트에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여덟 번의 공격 시도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고 범실만 3개를 기록했다. 평소에도 약점이었던 리시브도 10개를 받아 세터 머리 위로 정확하게 연결한 건 하나도 없이 서브 에이스만 2개를 허용했다. 공수에 걸쳐 마이너스만 기록하자 2세트부턴 레이나(일본)와 교체됐고, 그날은 더 이상 코트에 설 수 없었다.
해맑은 권민지도 자신의 모습이 충격이었나 보다. 지난달 26일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둔 25일, 수원체육관 코트 적응 훈련에서 권민지는 은근슬쩍 B팀(비주전팀)으로 훈련하려고 빠졌다. 스스로도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선발 출장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나보다.
그러나 GS칼텍스 이영택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아웃사이드 히터뿐만 아니라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서도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레이나를 백업으로 놓고 권민지를 다시 주전으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 감독은 “은근슬쩍 B팀에 합류해있던 (권)민지에게 ‘A팀으로 가라’라고 말했다. 제 계획에는 민지가 선발 출장을 하고 레이나가 양날개 자원 3명 중 흔들리는 선수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민지가 밝은 에너지로 당시의 부진을 잘 극복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영택 감독의 굳건한 신뢰 속에 권민지는 살아났다.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점에 그쳤지만, 2차전에서 블로킹 2개 포함 13점으로 제 몫을 다 해냈다. 홈 팬들의 관중을 호응하는 세리머니로 장충체육관을 한층 뜨겁게 해주는 역할도 권민지의 몫이었다.
지난 1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도로공사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도 권민지는 팀 내 두 번째인 14점을 올리며 실바(쿠바)의 공격 부담을 한결 덜어줬다. 여기에 화끈한 세리머니로 코트 구석구석을 누볐다. 득점 후 이영택 감독에게 돌격하기도 하고, 웜업존으로 달려가 동료들에게 총을 쏘는 ‘권총 세리머니’도 선보였다. 권민지는 동료들이 자신의 권총 세리머니에 쓰러지는 액션을 해줄 것을 기대했겠지만, 동료들은 갑작스런 그녀의 세리머니에 멀뚱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 상황 자체도 GS칼텍스의 팀 분위기를 한층 더 밝게 해줬다.
경기 뒤 최가은과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권민지에게 권총 세리머니에 대해 물었다. 그는 “원래 (우)수민 언니와 하기로 되어있는데, 소통이 잘 안 됐던 것 같다. 동료들이 호응을 안해준 것보다 더 마음에 걸렸던 건 뒷걸음질을 치더라. 마음의 상처가 된 것 같다”라며 웃었다.
동료들이 받아주지 않으면 팬들과 하면 되는 권민지가. 경기 뒤 팬들의 세리머니 요청에 권민지는 마음껏 권총을 발사했다. 권민지와 최가은을 빼면 세리머니가 큰 선수들이 없는 GS칼텍스다. “저희처럼 텐션 높은 선수들이 딱히 없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것이다”
흥국생명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였던 부진은 권민지에게 아픈 기억이었나보다. 이영택 감독의 인터뷰를 들려주며 당시의 얘기를 묻자 권민지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심각해졌다. 재차 물어도 “말씀드릴 수 없다”라고 했다.
권민지는 남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코트를 신나게 휘저을 예정이다. “작정했다. 감독님께서 믿고 기회를 주신 것에 보답해드리고 싶다. 다 쏟아붓고 싶다. FA 자격을 얻은 뒤 데뷔팀인 GS칼텍스에서 더 뛸 수 있게 됐고, 실바와 3시즌을 뛰면서 처음으로 챔프전에 왔다. 이젠 우승까지 달려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