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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판 ‘식집사’ 김광계…매원일기가 전하는 위로

한국국학진흥원은 식목일을 맞아 김광계(1580~1646)의 ‘매원일기’를 통해 조선시대 선비의 각별한 꽃 사랑과 그 속에 담긴 인문학적 가치를 조명한다.

 

김광계는 자신을 매화 동산이라는 뜻의 ‘매원’이라 부를 만큼 꽃과 나무를 가까이한 인물이다. 식물을 돌보는 기쁨과 위안을 일상 속에서 실천했다. 그의 기록은 식목을 단순히 나무를 심는 일에 그치지 않고, 생명을 가꾸며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이웃과 기쁨을 나누는 일로 확장해 보여준다.

 

김광계가 1608년에 경북 안동에 세운 정자 침락정.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김광계가 1608년에 경북 안동에 세운 정자 침락정.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꽃멍’으로 완성되는 조선판 일상 디톡스

 

2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김광계는 꽃을 단순히 감상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았다. 1609년 그는 아름답게 핀 분매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뒤, 자신만의 분매를 기르기 위해 오랜 시간 정성을 기울였다. 마침내 1616년 추운 겨울 매화 화분을 따뜻한 방 안에 두고 세심하게 돌본 끝에 꽃봉오리를 피워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식물을 보살피고 기다린 기록은 김광계가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각별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비바람에 떨어지는 산꽃을 아까워한 대목에서는 식물을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여긴 마음도 엿볼 수 있다.

 

김광계에게 꽃은 일상의 기쁨이자 마음을 다스리는 위안이었다. 그는 도산서원에서 며칠간 이어진 문집 교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활짝 핀 매화를 바라보며 피로를 달랬다. 저녁 무렵에는 정원을 거닐며 앞산에 핀 꽃을 바라보았고 몇 송이 남지 않은 매화를 책상 위에 두고 오래도록 감상하기도 했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매원일기 속 꽃은 조선 선비의 정서와 일상을 비추는 동시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쉼과 위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광산김씨 예안파 후조당종택이 기탁한 자료인 매원일기.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광산김씨 예안파 후조당종택이 기탁한 자료인 매원일기.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마음과 마음을 잇는 ‘매화 소셜 클럽’

 

김광계의 정원은 꽃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던 공간이기도 했다. 그는 매화가 피면 친척과 벗들을 초대해 술과 음식을 나누며 꽃이 주는 즐거움을 함께했다. 꽃은 단지 아름다운 경관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잇고 정을 나누게 하는 매개였던 셈이다.

 

특히 아내를 잃고 상심에 빠진 제부를 초대해 함께 꽃을 감상한 기록에서는 정원이 슬픔을 위로하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김광계에게 식목은 단지 나무를 심는 일이 아니라 정성으로 생명을 돌보고 그 기쁨을 이웃과 나누며 자신의 마음까지 살피는 일이었다”며 “이번 식목일에는 나무 한 그루, 꽃 한 포기를 가꾸는 작은 실천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주변과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