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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승자의 저주’가 된 월드컵 중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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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게 주인이 대박을 예상하고 비싼 값에 물건(중계권)을 사들였다. 구매 당시에는 경쟁자들을 물리친 기쁨에 웃었지만, 극심한 경기 침체로 물건을 되팔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다급해진 주인은 한때 경쟁자였던 옆집 가게에 물건을 절반만 사달라고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현재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을 둘러싼 JTBC와 지상파 방송 3사의 냉혹한 현실을 비유한 모습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는 2024년 10월,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조인식을 갖고 월드컵 중계권 확보를 공식 발표했다. KBS 등 지상파 3사의 ‘코리아 풀(Korea Pool)’이 완패한 것이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은 짧았다. 광고 시장 부진 속에 JTBC가 중계권 재판매에 나섰지만, 선뜻 응하는 방송사가 없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JTBC의 스포츠 중계에 대한 우려는 이미 지난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당시 불거진 바 있다. 독점 중계 과정에서 한국 경기 편성이 원활하지 못해 팬들의 거센 비난을 샀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문화체육관광부 보고에서 올림픽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JTBC가 지급한 ‘역대급’ 중계권료다. 업계는 월드컵 중계권 비용을 1억2500만달러(약 1880억원)로 추산한다. 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지상파 3사가 지급했던 금액인 9000만달러를 훨씬 뛰어넘는다. 시장의 현실은 냉혹하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환율이 크게 오른 데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광고 지출을 줄이면서, 방송사가 거액의 중계권료를 회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지난 3월30일, JTBC와 지상파 사장단이 막판 타결을 시도했으나 협상은 끝내 결렬되었다는 소문. JTBC는 각 사당 약 250억원 수준을 요구했고, 지상파는 “100억원대 초반이 한계”라며 팽팽히 맞섰다. 지상파로서는 적자가 뻔한 계약에 도장을 찍을 수 없을 것이다.

 

시간도 없다. 현지 중계 인프라 구축을 해야 하는데 만약 4월 중순까지도 극적인 반전이 없다면 JTBC는 막대한 손실을 홀로 감당하며 단독 중계를 강행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중계권료 미납 등으로 인한 ‘블랙아웃’(중계 중단) 사태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과거에도 중계권 협상은 늘 막판에 타결되곤 했지만 이번에는 환율까지 폭등해 제작비도 급증, 해결책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