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태워 만든 풍요/ 김덕호·박진희·이은경/ 에코리브르/ 3만5000원
석탄과 석유 등 화석(탄소) 원료는 인류의 급격한 번영을 이끈 존재다. 이들을 활용한 증기 기관 등이 나오면서 18세기 후반 인류는 풍요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류의 풍요를 이끌었던 화석 원료는 오히려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정통 사학자(김덕호), 과학기술사학자(박진희), 과학기술학자(이은경)인 저자들은 지난 300여년 동안 인류가 이룩한 현대 문명의 번영과 이후 발생한 기후 변화까지 탄소(화석 에너지) 발자취를 한 권의 책으로 다뤘다.
저자들은 현대 문명의 시점을 18세기 중반 산업 혁명이 발생한 영국으로 봤다. 특히 산업 혁명을 가능케 한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석탄과 증기 기관의 결합에 주목했다. 석탄을 연료로 한 증기 기관이 광산과 공장, 나아가 철도나 증기선 등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 응용되면서 영국은 물질적 번영을 누리기 시작했다.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 덕분에 공산품 생산량이 급증했으니 이는 가히 ‘에너지 혁명’이라 할 만했다. 그 에너지 혁명에 기초해 19세기 중반 영국은 산업 사회로의 대전환을 완성할 수 있었고, 이후 서유럽 국가들과 미국 등이 ‘빠른 추격자’로서 동참했다.
산업 사회로의 진입은 화석 원료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이끌었으며, 이는 또한 이산화탄소 대량 방출로 이어졌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현대 문명의 존속을 위협할 만큼 대기에 쌓이면서 ‘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됐다. 현대 문명의 번영을 이끌었던 탄소가 이제는 탄소 문명, 즉 현대 문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저자들은 “탄소를 통해 만들어진 ‘탄소 문명’은 자연 상태의 화석 연료와 인간 사회가 만든 과학 문화의 결합”이라며 “하지만 석탄과 석유라는 화석 원료에 의존해온 탄소 문명은 기후 변화를 초래했으며, 이로 인해 인류는 멸종의 경계에까지 이를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책은 현재 탄소 문명의 종말을 맞이하는 그 입구에서, 지난 300여년 동안 화석 연료와 현대 문명의 번영 그리고 기후 변화의 역사를 제대로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