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게에 부모님을 고용했습니다(최윤선, 파이퍼프레스, 1만9000원)=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자가 고향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부모를 서울로 모셔와 빚을 내 장사를 시작하고, 자신의 가게에 부모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함께 일하는 실험을 감행한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외식업을 했던 연로한 부모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폐업하게 되자 서울에 가게를 차려 세 식구가 먹고살 길을 찾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가게를 차려 35년간 밥집을 했던 어머니를 요리하는 ‘조리 실장’으로, 무사고 오토바이 배달 경력을 자랑하는 아버지를 ‘신속 배달과 홀 서빙 인턴’으로 고용한다. 부모의 경륜과 딸의 감각이 만나 일궈낸 기적 같은 팀플레이를 다룬 흥미로운 책이다.
사랑의 힘(박서련, 문학동네, 1만9800원)=2021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2023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박서련 작가의 첫 연작 소설집이다. 작품은 사랑의 미생물 ‘로로마’가 공기처럼 당연해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로로마는 사랑을 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에 감응해 새로운 능력을 생기게 하거나 기존 능력을 비약적으로 강화해주는 미생물이다. 점프력이 훌쩍 좋아지거나, 숙취가 전혀 없어진다거나, 언어능력이 향상된다거나 하는 무작위로 주어지는 이런 능력 탓에 사랑과 함께 시련에도 빠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슬픔의 물리학(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민은영 옮김, 문학동네, 1만8000원)=장편 ‘타임 셸터’로 2023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대표작이다. 소설의 화자는 타인의 슬픔을 통로로 삼아 그들의 기억에 완전히 들어가 버리는 일명 ‘병적 공감 증후군’을 겪는 소년 게오르기. 게오르기는 가족과 이웃은 물론 이름 없는 동물까지 다른 존재의 경험에 완전히 몰입하고 심지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고도의 공감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게오르기는 성인이 되면서 이 능력을 잃어버리고, 작가가 된 그는 타인의 이야기를 강박적으로 수집하며 잃어버린 능력을 보충하려 한다. 공감과 공감의 소멸, 존재의 슬픔에 관한 철학적이고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여든이 마흔에게(김영희, W미디어, 1만7000원)=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는 ‘나이 드는 것’ 자체보다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주변에서 많은 이가 은퇴 이후의 긴 시간을 준비하지 못한 채 갑작스레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든 살이 되니 비로소 삶이 조금 보인다”는 저자가 여든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 마흔 살, 인생 후반부를 준비하는 신중년에게 들려주고 싶은 삶을 다룬 에세이다.
고규홍의 나무(고규홍, 동아시아, 6만5000원)=30여년간 국내외에서 나무를 찾아다니고 기록해 온 나무 인문학자가 4년여의 집필을 통해 나무와 인간을 둘러싼 4억년의 역사를 집대성했다. 나무의 탄생 과정부터 숲의 형성, 인간과 나무가 맺어온 관계 등을 풍부한 시각자료와 함께 엮었다. 나무와 인간의 오랜 공존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운다. 저자는 “긴 시간의 나무 답사와 공부를 통해 결국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인생의 마지막이자 영원한 화두로 남을 ‘나무와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라고 말했다.
더 센 파시즘(홍성국, 메디치미디어, 2만2000원)=100년 전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혼란과 세계 대공황, 이로 인해 발생한 민주주의의 빈틈을 파시즘이 파고들었다. 미래학자로 대우증권 최고경영자(CEO)와 국회의원을 지낸 저자는 100년 전 파시즘의 토양이 된 사회·경제적 상황이 지금의 상황과 일치한다는 경고를 내놓는다. 경제 성장이 멈추고 파이가 줄어드는 ‘수축사회’로의 진입 속에 찾아온 21세기 파시즘은 인공지능(AI) 혁명, 고령화 등과 맞물리며 100년 전보다 더 센 파시즘으로 도래했다고 진단한다. 이를 극복할 해법도 100년 전 역사 속에 있다. 당시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독일 아돌프 히틀러가 부국(富國)을,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부민(富民)을 택해 상반된 결과를 도출했던 것처럼, 루스벨트의 뉴딜 혁명 이상의 ‘K구조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것. 저자는 “지금 한국을 뜯어고치지 못하면 파시스트가 지배하는 계급사회는 불가피하다”며 “이런 위기의식에서 책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