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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시절 [詩의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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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혁

모든 음식이 맛있던 시절

내가 쥐이던 시절 세상이

하나의 커다란 통창 같던 시절

인생이 눈앞이고 심박수 높았던

시절 도시는 저녁 지평선에 쾅 닫히고

발소리 하나같이 무섭고 어린애도 무섭고

용감한 꼬리는 밟혀 끊어지던 시절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던 시절 몸집 아무리 불어도

쥐새끼였던 시절 나는 생각했다 없으면 지 새끼도

잡아먹는 우리가 빠져나갈 구멍은 어디에 생각하다

날 밝아서 관뒀다 시끄럽고 날 밝으면 졸리던 시절

좀 있다가 지평선 다시 쾅 할 테고

눈앞의 인생과 빠른 심박수

반복하던 시절 모을 것도

모아둘 곳도 없던 시절 아랑곳없이 높아지는 빌딩들

안팎으로 발자국을 찍던 쥐의 시절에

오갔던 길을

이게 몇 년 만인가

차로 달려 주차장 진입했고 방문증 받았고

밟힐 꼬리도 없이 카페에 앉아서 듣고 있는

벽과 음식을 갉아대는 기척들

배고파? 맛있어? 용기 무너질 리 없어?

아무 답 없이 쾅 닫히는 옆자리들

 

-시집 ‘2026 현대문학상 수상시집’(현대문학) 수록

 

●김상혁

△1979년 서울 출생. 2009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등 발표. 김춘수시문학상, 구상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