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는 2025~2026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에 직행했다. 이틀에 한 경기씩 해야 하는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 챔프전 직행은 곧 체력적 우위를 의미한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도 도로공사는 스스로 위기를 초래했다. 정규리그 1위를 이끈 김종민(사진) 감독을 챔프전을 앞두고 내쳤기 때문이다.
도로공사가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계약날짜 만료(3월31일)다. 김 감독이 지난해 불거진 A코치에 대한 폭행 사건으로 인해 검찰로부터 약식으로 기소됐다는 것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챔프전에서 지휘봉을 맡기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다만 약식기소가 곧 유죄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배구연맹(KOVO)도 아직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약식기소가 문제였다면 지난 2월에 경질했어야 맞지만 도로공사는 그러지도 않았다. 2016~2017시즌부터 10시즌간 팀을 이끌며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두 개나 안긴 검증된 감독을 이용해 정규리그 1위라는 과실만 취하고, 정작 챔프전을 앞두고는 ‘토사구팽’한 꼴이었다. 김 감독도 재계약을 원하지 않으니 부속 합의를 통해 챔프전까지만 팀을 이끌게 해달라 요청했으나 도로공사는 요지부동이었다.
탄탄한 전력과 선수층이 있으니 김 감독 없이도 통합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을까. 그러나 김 감독 부재의 부작용은 지난 1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챔프전 1차전에서 GS칼텍스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하며 고스란히 드러났다.
감독대행을 맡은 김영래 수석코치도 갑작스러운 지휘로 인한 압박감을 토로했다. 경기 뒤 “많이 힘들었다. 무게감이나 압박감이 엄청 컸다”라면서 “경기력이 흔들릴 때 선수들을 질책해야 할 때가 있는데, ‘경기력이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주저하며 괜찮다, 괜찮다며 선수들을 너무 믿은 게 패인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전 타임을 부르는 것이나 선수 교체 타이밍도 늦었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대행 말대로 챔프전과 같은 큰 경기에서의 리스크 관리는 경험이라는 노하우가 가장 중요하다. 10년간 도로공사를 이끈 김 감독의 존재감을 김영래 감독대행이 곧바로 대체하는 건 어불성설에 가깝다.
김 감독의 부재는 단조로운 플레이에서도 드러났다. 외인 한 명에게 의존하는 ‘몰빵 배구’의 대명사는 GS칼텍스의 실바지만, 이날은 도로공사 모마의 공격 점유율이 51.13%로 실바(43.45%)보다 더 높았다. 2021~2022시즌에 프로에 데뷔해 김 감독의 지도 아래 성장한 세터 이윤정은 제대로 공격 배분을 하지 못하고 모마에게만 의존했다. 결국 모마는 31점을 올렸지만, 이외 선수 중 누구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김 감독을 내친 것은 배구단 내부가 아닌 도로공사 본사의 특정 인사들에 의한 처사로 알려졌다.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이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에 도로공사는 통합우승도, 명분도 모두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과연 도로공사는 ‘감독 부재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