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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중동위기에도 ‘석유 수요 억제’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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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충격 우려… 공급량 확보 주력
정유사 보조금 7.6조원 추가 투입
비축유 235일치… “장기화 대비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차량 5부제 같은 수요 억제 정책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활동에 미칠 영향과 혼란을 우려해서인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급 한계에 부딪힐 수 있는 만큼 수요를 억누르는 대책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여당 일각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2일 홋카이도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석유연맹은 지난달 24일 집권 자민당에 석유 비축량의 장기적 활용을 위해 수요 억제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 고위관계자는 “수요 억제는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아직 국민에게 행동 변화를 요청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시아 각국이 공공기관의 차량 이용을 제한하거나 공무원 재택·주4일 근무 제도 등을 도입하며 에너지 사용 절감을 유도하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은 새로운 원유 조달처 확보 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과거 원유를 수입한 적이 있는 중앙아시아, 중남미 국가와 물밑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제해 온 구형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또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170엔(약 1620원)을 넘지 않도록 정유사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25회계연도 예산 예비비에서 8000억엔(약 7조632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지난달 16일부터 비축유도 방출하고 있다. 자원에너지청에 따르면 비축유는 자국 소비량 7일치가 감소해 지난달 29일 기준 235일치가 남아 있다.

 

일본 정부가 이같이 안정적 공급에 초점을 두는 것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외출 자제, 행사 취소 등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4.5% 감소했던 기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총리관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국민 불안을 부추기면 패닉이 된다”며 “그것은 일본 경제에도, 국민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어쨌든 경기를 냉각시킬 우려가 있는 일은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기기, 비닐봉지 등 원료가 되는 나프타 공급 차질이 예상되고 있고 사태 장기화 가능성도 있는 만큼 “수요를 조금 줄이는 의식을 갖게 하는 흐름도 만들어야 한다”(자민당 야마모토 준조 참의원 정책심의회장)는 주장이 제기된다. 총리관저에서도 휘발유 보조금 축소·폐지, 5월 골든위크 차량 이용 자제 호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