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로 3월 석유류 가격이 10% 가까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물가가 석 달 만에 상승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사태 직후에는 정부 정책과 농산물 가격 안정 등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을 억제한 측면이 있지만 고유가와 고환율로 인해 4월에는 물가 오름폭이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국가데이터처의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중동사태 직후인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9.9%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2%인 점을 감안하면 유가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올 들어 석유류 가격이 1월 0.0%, 2월 -2.4%로 안정된 흐름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이 받은 유가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석유류 가격 상승분이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3월 국제유가가 50% 이상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석유류 가격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하다는 평가다. 정부가 지난달 13일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영향으로 시중에 판매된 유류 가격이 안정된 흐름을 유지했다는 것이 정부 분석이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3월 물가에) 최고가격제 영향은 반영됐고 유류세 인하분은 4월에 반영될 전망”이라며 “국제 휘발유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는데 미국의 경우 석유류가 30%, 일본은 10%대 상승했다. (다른 나라도) 세금 지원 등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이 항공료 등으로 번지며 4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는 4월 들어 3배가량 오르며 항공권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4월 유류할증료는 현행 33단계에서 18단계(갤런당 320∼329센트)로 책정돼 있는데, 5월엔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두원 심의관은 “3월 유류할증료는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의 국제유가가 반영되다 보니 큰 변동이 없었으나, 4월에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유류할증료가 변동되면 국제 항공료도 일부 상승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시중의 석유 가격도 지난달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의 영향으로 억제된 측면이 있지만 이달 들어서는 추가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27일부터 2차 최고가격은 모든 유종에서 210원씩 인상된 상태다.
석유류 가격의 가파른 상승에도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이어갔다. 농산물 가격은 5.6% 하락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25%포인트 낮췄다. 채소류는 봄철 생산량이 증가하며 13.5% 급락했다.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6.2%, 4.4% 올랐고, 가공식품은 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 영향으로 출고가가 인하된 설탕(-3.1%)과 밀가루(-2.3%)도 일제히 하락했다.
그러나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한 만큼 수입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이 시차를 두고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2.3% 상승했고, 밥상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6.6%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시중에 풀리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부는 추경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민경신 재정경제부 물가정책과장은 “GDP(국내총생산) 갭(실제 GDP와 잠재 GDP 차이)이 마이너스인 상황이기 때문에 추경이 물가를 자극하는 영향이 크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동사태 이후 내놓은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7%로 0.9%포인트 올렸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중동전쟁 물가대응팀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 상방 압력이 상존하는 만큼 전 부처가 합심해 품목별 가격·수급 안정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