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인기 왜이리 많냐. 나 아직도 티켓 줄 서고 있어”
지난달 28일 오후 1시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 앞. 평소엔 학생들로 가득찼던 캠퍼스가, 이날만큼은 한 게임 행사를 즐기려는 인파로 들이찼다. 일대에 모인 인파만 4000명. 게임 행사지만, 젊은 남성만 모이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놀러온 부모부터 연인 손을 잡고 온 20대, 그리고 앳되어 보이는 10대 학생들까지 각양각색 인파가 몰렸다. 대규모 인파를 한 번에 모은 게임은 바로 크래프톤이 서비스하는 ‘배틀그라운드’다. 이날 배틀그라운드 출시 9주년을 맞아 크래프톤은 대형 행사를 개최했다. 준비해놓은 티켓 물량이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모두 팔릴 정도로 사전 반응이 뜨거웠다고.
티켓 예매 열기는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표를 받기 위해 티켓부스가 마련된 고려대 학군단 일대부터, 뒤의 북악산로 일대까지 줄이 길게 늘어섰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표를 받은 인원들은 바로 행사장 화정체육관 지하에 마련된 ‘팬존’에 입장했다. 인게임 요소를 오프라인으로 구현한 파밍·사격 게임과 프로선수와 일반 이용자가 맞붙는 1대1 대결 코너에는 끊임없 대기줄이 형성됐다.
행사 열기는 저녁에 열린 인기가수 ‘올데이프로젝트’의 공연 때 정점에 이르렀다. 배틀그라운드와 콜라보한 곡으로 포문을 연 올데이프로젝트는 ‘Famous’와 ‘Wicked’ 같은 히트곡을 연달아 부르며 팬들의 호응을 유도해냈다. 행사를 개최한 크래프톤은 9년 동안 '배틀그라운드'와 함께해 온 팬들과 접점을 넓히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하나의 게임을 넘어 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여정을 팬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단순 게임 기업 넘어선다… 배그의 ‘플랫폼화’ 꿈꾸는 크래프톤
이날 열린 행사는 크래프톤이 향후 배틀그라운드를 어떤 방식으로 바꿀 것인지 예고하는 행사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국내 상장한 게임 기업중 가장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늘 아쉽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유는 하나다. 회사의 수익이 배틀그라운드라는 IP 하나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회사도 이 평가를 잘 안다. 때문에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인기 게임을 만든 개발사를 인수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배틀그라운드가 서비스 시작 9주년을 맞은 올해, 크래프톤은 색다른 전략을 개발했다. 배그를 하나의 게임이 아닌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 같은 문화 플랫폼으로 접근하겠단 것이다. 게임이 아니라 플랫폼이 되면 이용자 접점부터 달라진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은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워낙 오래된 탓에 진입장벽이 높단 지적을 받아왔다. 일명 ‘고인물’(게임을 오래한 이용자)만 하는 게임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게임이 아닌, 배그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내놓으면 게임 이용자가 아닌, 콘텐츠를 즐기려는 다른 일반 이용자들도 적극 모을 수 있다.
크래프톤은 본격적으로 배그의 플랫폼화에 시동을 걸었다. 대표적인 예가 UGC(이용자 제작 콘텐츠)의 본격적인 확대다. 이용자가 더욱 다양한 모드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제작 툴 및 장치를 늘리고, 제작 환경의 성능 최적화를 추진한다. 나아가, UGC 전용 공간을 신설해 이용자 제작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도 높인다. 이와 동시에 크래프톤은 게임·애니메이션 분야 IP와 협업을 넓히며 프리미엄 차량 및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 콘텐츠를 계속해서 제공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배틀그라운드라는 콘텐츠를 이용자가 직접 꾸밀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 계획이다.
◆문화 플랫폼 다음은 AI… ‘RAON’ 공개
크래프톤은 플랫폼에 이어 다음 타깃을 ‘인공지능(AI)’으로 잡았다. 2일 AI 모델 브랜드 ‘라온(Raon)’을 선보이고 관련 언어 모델 4종을 글로벌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모델 이름은 ‘즐거움’을 뜻하는 순우리말 ‘라온’에서 착안했고, 회사 영문명 일부 철자를 활용해 만들었다. AI 기술을 통해 게임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창출하고자 하는 크래프톤 철학을 반영했다.
크래프톤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언어모델은 음성 언어 모델 ‘라온 스피치’, 실시간 음성 대화 모델 ‘라온 스피치챗’, 텍스트·음성 변환(TTS) 모델 ‘라온 오픈TTS’, ‘라온 비전 인코더’다.
라온 스피치는 90억(9B) 파라미터 규모로, 10B 이하급 공개 음성 언어 모델 중 영어와 한국어 모두 글로벌 1위 성능을 기록했다. 라온 스피치챗은 사용자와 모델이 대화 중 자유롭게 끼어들 수 있는 실시간 양방향 통신 기술을 적용한 음성 언어 모델이고, 라온 오픈TTS는 공개 음성 데이터만으로 학습한 텍스트·음성 변환 모델이다. 비전 인코더는 AI의 ‘눈’ 역할로 구글의 비전 인코더 SigLIP2 성능을 웃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