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핵심기술을 실제 전투기 체계에 반영할 수 있는 브릿지 연구가 국내에서 본격 추진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이 F-35보다 발전된 스텔스 성능을 지닌 6세대 전투기를 만드는 상황에서 한국도 차세대 전투기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국내 스텔스 전투기 기술이 산업계와 학계 등에 흩어져 있고, 6세대 전투기 제작 능력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같은 의구심을 해소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산업계를 중심으로 한국형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핵심기술분야 브릿지(bridge) 기술 개발이 진행될 모양새다.
◆왜 지금, 브릿지 개발을 하나
ADD가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의 일부로 주도하는 스텔스 전투기 기술 개발은 △레이더(RCS) 반사면적 제어를 위한 스텔스 기반기술 △스텔스 기체구조 설계 및 핵심분야 통합 검증 기술 △항공용 다기능 복합소재 및 저피탐 센서 기술이다.
ADD와 업계가 과제를 분담해서 진행하는 형태로서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할 브릿지 연구다. 이를 위해 ADD는 관련 제안서 공모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프로젝트 추진에 나설 모양새다.
한국은 KF-21 개발로 국산 전투기 시대를 열었다. KF-21은 4.5세대 기종으로 F-15K(4세대)와 F-35(5세대)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공군은 F-16 퇴역에 대비한 차세대 전투기 확보 준비를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 보잉이 개발하는 6세대 기종인 F-47처럼 수직꼬리날개가 없는 형태다.
진보한 스텔스 성능과 소형무장, 엔진, 양자통신 등의 차세대 전투기 기술을 2040년대 중반 이후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공군은 전망한다.
F-35보다 발전된 6세대 전투기 수준으로, 공군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장기관리 대상으로 분류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KF-21에서 차세대 전투기로 나아가려면, 현재 기술 수준과 목표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전투기는 통상 4→5→6세대로 기술적 발전이 이뤄진다.
미국은 5세대 F-22·F-35를 거쳐 6세대 F-47을 만들고 있다.
유럽은 4세대 라팔·유로파이터 개발과 더불어 5세대 전투기 기술 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이를 통해 6세대 기종인 글로벌전투항공프로그램(GCAP)·미래항공전투체계(FCAS)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이같은 전략을 추종할 수 없다.
미국·유럽처럼 4.5세대인 KF-21에서 5세대으로 넘어갈 시점에 선진국들은 6세대 기종을 실용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 시점에서 선진국 사례를 모방하는 추격전략은 비효율적이며,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
4.5세대인 KF-21에서 6세대 기종으로 크게 도약하는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서는 KF-21과 차세대 전투기를 연결하는 브릿지가 필요하다.
스텔스 설계·소재·전자·제조 기술은 선진국에서도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는 품목이다. 미국은 한국형전투기(KF-X, 現 KF-21) 사업 당시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등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4.5세대보다 훨씬 우수한 6세대 전투기 핵심기술을 해외에서 들여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독자 개발이 불가피하다.
ADD가 추진하는 스텔스 전투기 기술 개발은 차세대 전투기 완성품 개발에 나서기 전에 핵심기술을 먼저 확보하고, 국내 연구개발능력을 검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군 당국이 차세대 전투기 소요결정을 하면 신속한 전력화를 추진할 수 있다.
◆핵심 기술 경험 축적
ADD가 산업계와 추진할 △RCS 반사면적 제어를 위한 스텔스 기반기술 △스텔스 기체구조 설계 및 핵심분야 통합 검증 기술 △항공용 다기능 복합소재 및 저피탐 센서 기술 프로젝트는 각각 상호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높이는 구조로 추진된다.
형상, 구조, 소재, 센서 기술을 확보하는 연구를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이를 실기체급 테스트베드에 통합해서 시스템 단위의 스텔스 성능평가가 이뤄진다.
RCS 반사면적 제어를 위한 스텔스 기반기술은 산학연 주관으로 48개월간 4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높은 수준의 레이더 저피탐 성능을 지향하게 된다.
이를 위해선 전파흡수 기술과 복합소재를 융합해 기체의 경량화와 RCS 감소를 동시에 구현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이를 위한 소재 기술이 확보가 필수다.
기체 외부에 장착하는 광학계, 캐노피, 안테나 등을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도록 설계하고 구성품을 제작하는 기술도 확보되어야 한다.
레이더 저피탐 성능을 꾸준히 발휘하려면 유지보수가 필수다. 이를 위한 RCS 점검 기술·정치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
스텔스 기체구조 설계 및 핵심분야 통합 검증 기술은 ADD 주관으로 48개월간 498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선 요구도와 성능 분석에 기초한 기체 형상을 만들 필요가 있다. 공기역학적 특성과 스텔스 성능 중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것인지를 정하느냐에 따라 설계 난이도가 달라진다.
이같은 고려를 거치면 전투기 형상 개념설계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전술기동제어법칙을 만든 뒤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동력을 비교평가하는 작업도 진행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항공무장을 탑재할 내부무장창과 랜딩기어 수납 공간, 레이돔 설계가 포함된다. 해당 장비들을 작동하는 과정에서 레이더 피탐 확률을 낮추는 설계도 추가된다.
내부무장창은 KF-21에서 6세대 전투기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구성품 중 하나다. 구조 강도와 공력, 스텔스 기술이 조화를 이뤄야 내부무장창이 실효성을 지닌다.
RCS와 더불어 적외선 스텔스 기술도 확보 대상이다.
최신 전투기는 적외선을 탐지해 적기의 위치를 찾는 장비를 탑재한다. 따라서 엔진 배기열, 엔진 노즐처럼 적외선을 많이 방출하는 부분에 대한 스텔스 처리가 필요하다.
엔진 추력 방향을 변환하는 추력편향 엔진 노즐 형상과 구동체계 및 고온용 배기노즐 개념연구도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KF-21에 쓰는 미국산 GE F-414 엔진으로는 노즐 형상 설계 등에 제약이 따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중심으로 추진중인 국산 항공엔진 개발과 연계하는 형태로 개발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항공용 다기능 복합소재 및 저피탐 센서 기술 개발은 ADD 주관으로 48개월간 462억원이 투입된다.
해당 개발계획의 핵심은 광대역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제작이다.
기존 AESA 레이더는 특정 주파수 대역에 최적화되어 있다. 해당 주파수를 적군이 파악하면 전파방해 등을 통해 레이더를 무력화할 수 있다.
광대역 AESA 레이더는 넓은 주파수 범위를 빠르게 전환하며 운용할 수 있다. 기존 AESA가 피아노 건반 88개 중 10개를 쓴다면, 광대역 AESA는 건반 50~60개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광대역 AESA 레이더는 이같은 특성을 통해 스텔스기에서 나오는 전자적 신호를 포착한다. 적의 전파방해 회피도 쉬워진다. 특히 레이더·통신·전자전 안테나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어 스텔스 성능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광대역 AESA 레이더는 기술적 난도에 매우 높다.
질화갈륨 반도체 기반의 고성능 광대역 모듈이 필수인데, 질화갈륨은 첨단 반도체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넓은 주파수 대역에서 들어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할 고성능 칩과 인공지능(AI) 기반 알고리즘도 필요하다. 안테나 설계도 훨씬 복잡하다.
◆기술적 옵션 확대 효과
차세대 전투기 관련 기술 개발은 매우 도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스텔스 성능과 관련된 부분은 미국, 일본 등 일부 항공 선진국들이 독점적으로 만드는 분야로서 대부분의 국가는 획득이 어렵다. 높은 수준의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개발도 어렵다.
하지만 개발 시도를 통해 성과를 얻게 되면,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가능성이 있다.
군용으로 개발된 고성능 레이더 기술은 기상 관측과 항공 교통 관제, 자율 주행 자동차 등의 민간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민수 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6세대 전투기 특성에 적합한 초고강도 탄소섬유 기반 복합소재 기술은 국내 소재 산업 기술 축적과 항공기 개발 능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방위산업 분야에선 국산 무인전투기와 다목적 스텔스 무인기를 포함한 차세대 항공무기체계에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해외에 의존하던 전투기 레이돔을 국산화해서 국내 개발 AESA 레이더의 특성을 극대화하고, 향후 레이더 성능개량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축적하는 효과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