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의 피해자인 50대 여성 A씨는 혼인 직후부터 사위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좁은 신혼 원룸에서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가해자인 조씨와 숨진 장모 A씨, 딸 최씨는 모두 지적 장애가 있거나 경계선 지능인인 것으로 확인돼 비극을 더하고 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딸 최모(26)씨가 결혼 직후부터 남편 조모(27)씨에게 폭행을 당하자, 이를 막으려 딸 부부의 거처에 합류했다가 변을 당했다.
■ “집 떠나라” 딸 권유에도…사위 폭력 견디며 ‘동거’
사위의 폭력은 장모에게까지 뻗쳤다. 조씨는 지난 2월 오피스텔형 원룸으로 이사한 뒤 “이삿짐 정리를 빨리 안 한다”는 등의 이유로 장모 A씨를 상습 폭행하기 시작했다. A씨는 “집을 떠나라”는 딸의 간곡한 권유에도 폭력으로부터 딸을 혼자 둘 수 없어 원룸 생활을 견뎌왔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자신 또한 지적 능력이 취약한 상태였음에도, 홀로 사위의 폭력을 감당해야 하는 딸의 곁을 지키려다 끝내 변을 당한 것이다. 결국 A씨는 지난달 18일 조씨의 장시간 폭행 끝에 숨졌다.
■ 캐리어에 시신 담아 ‘도보 유기’…CCTV에 포착된 비극
조씨는 장모가 숨지자 평소 가지고 있던 여행용 캐리어에 시신을 담아 아내 최씨와 함께 유기 장소로 이동했다. 이들 부부는 주거지에서 도보로 10~20분 거리인 북구 칠성동 신천까지 직접 캐리어를 끌고 이동해 시신을 버렸다. 당시 인근 CCTV에는 조씨가 캐리어를 끌고 가고, 딸 최씨가 그 곁을 힘없이 따라 걷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시신 발견 당일 이들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 범행 후 2주간 아내 밀착 감시…“보복 두려워 신고 못 해”
조씨의 잔혹함은 시신 유기 후에도 이어졌다. 조씨는 범행 사실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해 아내 최씨의 일상을 철저히 통제했다.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 “연락이 오면 받지 말라”고 협박하며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2주 동안 좁은 원룸 안은 물론 외출할 때도 내내 최씨의 곁을 지키며 밀착 감시했다.
딸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범행 사실을 주변에 알릴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현재 조씨는 존속살해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경찰은 조씨가 아내 최씨에게 저지른 별도의 가정폭력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한 뒤 추가 혐의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