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되더라도 유가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협 통과 과정에서 사실상 ‘통행료’가 붙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 상승 압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배럴당 63달러)으로 단기간 복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조기 종전 시에도 내년 4분기 90달러, 봉쇄 장기화 시 117달러, 에너지 시설 타격 시에는 174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협은 열려도 ‘톨게이트’…척당 200만달러 부담 현실화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톨게이트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들은 척당 약 200만 달러 수준의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배럴당 약 1∼2달러의 추가 비용이 붙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업계에서는 통행료가 공식화되지 않은 상태에도 비용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배럴당 1달러 수준만 적용해도 200만배럴 유조선 기준 척당 200만 달러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연간 수십 척이 통과하는 만큼 부담 규모를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징수 방식 자체가 불확실하다. 자연 해협에서 통행료를 부과한 전례도 없고,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 단독 영해가 아닌 만큼 국제법·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도 “연간 약 100척의 유조선이 해협을 통과하는데, 비용 수준이 확정되지 않아 대응 전략을 구체화하기 어렵다”며 “걸프 산유국의 반발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변수가 너무 많다”고 밝혔다.
◆유가 상승, 건설·물류로 확산...산업 전반 비용 압박
에너지 수입 구조에 따라 영향은 업종별로 갈린다. 한 정유·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중동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의 경우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자체는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레미콘과 운송 장비는 대부분 경유 기반인 만큼 비용 상승 압력이 즉각 반영되고 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도 통화에서 “경윳값 상승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혼화재 등 일부 원료도 석유 부산물이라 원가 부담이 복합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 공사 현장도 영향권에 들어섰다. 아스콘 등 주요 자재 수급이 4월 이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제기되며, 일부 공정 지연 우려도 나온다.
해운시장 역시 단기간 정상화가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항만 병목과 보험시장 불안이 겹치며 시장 정상화까지 최대 2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봉쇄 이후 선박이 한꺼번에 출항하는 ‘출항 러시’와 항만 하역 지연이 반복되며 물류 흐름 전반이 꼬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시장 불안도 구조 변화를 키우는 요인이다. 중동 해역이 고위험 구역으로 분류되면서 전쟁위험보험료가 급등했고, 운항 선박과 관망 선박이 나뉘는 ‘이중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에즈운하와 달리 이번 사안은 국제 분쟁이 얽힌 문제로 민간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항로가 열려도 비용과 리스크는 상당 기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