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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석유류 이미 10% 올랐는데… 벌써부터 4월 물가상승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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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전쟁으로 3월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10% 가까이 치솟은 가운데 4월 물가는 더 상승하리라는 예상이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국제 원유 가격이 100달러 이상에서 내려오지 않는데다 지난달 고환율 여파가 서서히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 중후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지운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유류세 추가 인하 여부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으나 높은 수준의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 지속을 감안할 때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6∼2.8%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동 사태 장기화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4일 인천의 한 주유소의 기름값 안내 전광판에 휘발류 가격이 2065원을 알리고 있다. 뉴시스
중동 사태 장기화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4일 인천의 한 주유소의 기름값 안내 전광판에 휘발류 가격이 2065원을 알리고 있다. 뉴시스

전날 국가데이터처의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는 118.8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4월 물가 상승폭은 이보다 커지리라는 것이 보고서의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현재 수준의 원유 가격이 지속될 경우 석유류 소매 가격은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40bp(1bp=0.01%포인트)가량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노선에 따라 국내선 항공 요금 1∼3%, 국제선 항공요금이 3∼15% 가량 인상될 것”이라며 “이는 전체 소비자 물가에 0.03%포인트, 서비스 물가에 0.06%포인트가량 기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다만 그는 “식료품에서는 정부의 가공식품 가격 인하 계획에 따라 식용유 및 라면 가격이 인하되며 이는 전체 소비자 물가에 -0.04%포인트가량 기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그는 올해 소비자 물가 및 근원 물가 상승률 전망을 각각 2.6%, 2.5%로 유지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이미 석유류는 지난달 물가를 끌어올린 주 요인이다.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9.9% 치솟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초기인 2022년 10월(10.3%) 이후 3년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세부적으론 경유가 17.0% 올라 2022년 12월(21.9%) 이후 3년3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휘발유는 8.0%, 등유는 10.5% 상승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휘발유 수요는 승용차에 제한되는 반면 경유는 운송, 물품 등에 쓰이다 보니 상승 폭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지난달에는 정부의 석유류 최고가격제가 석유류 가격 오름폭을 상당 부분 제약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국은행은 추정했다. 한국은행 유상대 부총재는 전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의 큰 폭 상승의 영향으로 오름폭이 확대되겠으나, 식료품가격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석유류 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물가안정대책도 비용 측 물가상방압력을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는 시차를 두고 물가 전반으로 전이된다. 석유류 제품은 즉각 상승하고 이어 원유와 연관된 제품들의 생산원가가 오르면서 다른 재화 및 서비스 가격도 이차로 밀어올려진다. 

 

3월 고공행진한 환율은 물가 상승의 또다른 뇌관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492.50원으로 역대 네 번째로 높았다. 이는 IMF 구제금융 사태가 한창이던 1998년 3월(1488.87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1998년 1월 1701.53원으로 역대 최고치였고, 같은 해 2월(1626.75원), 1997년 12월(1499.38원)이 뒤를 이었다. 

 

고환율이 물가상승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수입 농산물 등 일부 품목은 바로 영향이 나타나지만 고환율로 수입 원자재·중간재 가격이 오를 경우 기업들이 임계점까지는 버티다 선을 넘는 순간 제품 가격에 전가하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내놓은 ‘최근의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화 요인과 국내 요인으로 환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같은 분기에 소비자물가는 0.04%포인트 상승 압력을 받는다.

 

지난해 한은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10%포인트 상승하면 소비자물가에 대한 전가효과는 단기 0.28%포인트, 장기 0.19%포인트로 추정됐다. 환율의 소비자물가 전가는 환율 변동 후 9개월에 가장 커졌다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고환율이 3개월 이상 유지되면 장기적으로 물가 오름폭이 컸다.

 

이란 전쟁의 전개 방향부터가 안갯속인데다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이 중동 사태가 해소돼도 당장 유가와 환율이 내려올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어 이달 물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