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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모 전부터 판 짜였다”…광양항 물류창고 선정 의혹, 경찰 수사 착수

내부고발·통화 녹취 확보…“특정업체 맞춤형 설계” 정황

전남 광양항 배후단지 물류창고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사전 설계’ 정황이 담긴 내부고발과 녹취가 확보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광양경찰서는 최근 접수된 고발장을 토대로 전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 박모 씨와 공사 직원 이모 씨를 상대로 입찰방해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현재는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지만, 확보된 증거의 구체성에 따라 정식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수광양항만공사 전경. 항만공사 제공
여수광양항만공사 전경. 항만공사 제공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의혹의 핵심은 2022년 진행된 ‘광양항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 모집’ 공모가 특정 업체인 A사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설계됐다는 점이다.

 

고발장에는 해당 사업 책임자였던 업체 관계자의 양심선언이 포함됐다. 이 관계자는 사업 공고 이전부터 공사 측과 접촉해 신청 자격과 평가 기준이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조정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본지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공모 전후로 공사 관계자와 업체 측 인사 간 수십 차례에 이르는 통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녹취에는 지분 구조와 매출 기준 설정, 공모 자격 조정, 평가 대응 전략, 평가위원 접촉 가능성 등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해당 조건이면 사실상 특정 업체 외에는 지원이 어렵다”는 취지의 인식이 공유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모는 이후 해당 기준을 반영해 진행됐고, 해당 업체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고발인 측은 “공모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실상 결과가 정해진 상태였다면 이는 명백한 입찰방해”라며 “공공기관의 공정 경쟁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내부고발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통화 녹취파일과 공모 관련 문서, 평가자료 등을 확보해 분석에 착수한 상태다. 필요 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입찰방해죄는 결과가 실제로 왜곡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우려만으로도 성립 가능하다”며 “사전 조건 조율이나 내부 공모 정황이 입증될 경우 처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고발에는 광양시민 수백 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역사회 파장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광양항 개발사업의 신뢰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증거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위법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