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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3 도입 본격화”…한국군, 미사일 방어 판 바뀌기 시작했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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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계약 추진…SM-3 도입 본격화
북한 미사일 막을 수 있나…실효성 논쟁
“돈 내고도 못 받는다”…납기 리스크 현실화

한국군이 바다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게임체인저’ 도입을 본격화했다. 도입 절차는 시작됐지만, 효과와 시기는 모두 불확실하다.

 

방위사업청은 3일 제17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해상 탄도탄 요격 유도탄(SM-3) 구매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지스함에서 SM-3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지스함에서 SM-3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에 SM-3 함대공미사일을 탑재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미국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하게 된다. 올해부터 2031년까지 753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다만 한반도 환경에서의 실효성 논쟁과 미국 무기 공급 지연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전력 보강을 넘어선 ‘논쟁적 선택’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내 SM-3 계약 목표

 

SM-3는 미국 미사일방어국(MDA) 주도로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함대공미사일로서 미 해군의 탄도미사일 방어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는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등에서 이란 탄도미사일을 요격한 바 있다. 

 

한국군도 오래 전부터 SM-3에 주목, 도입을 추진했다.

SM-3 미사일이 군함에 설치된 수직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SM-3 미사일이 군함에 설치된 수직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방위사업청은 2024년 4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SM-3를 국외구매 방식으로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한국국방연구원(KIDA)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도입 규모와 전력화 시기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수량과 사업기간, 총사업비가 변경됐다.

 

수량이 감소했는데도 총사업비는 기존 계획보다 500억원 정도만 줄어들었다. 환율과 단가 상승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2024년 대비 환율이 오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은 이번에 의결된 구매계획안을 토대로 미국 정부에서 납품 시기와 가격 등을 포함한 구체적 조건을 받을 예정이다.

 

이같은 절차를 통해서 미국과 협상을 진행한 뒤 연내 계약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생산중인 SM-3는 블록ⅠB와 블록ⅡA다. 블록 ⅠB는 요격고도가 100∼500㎞, 블록ⅡA는 요격고도가 1000㎞다.

 

방위사업청이 어떤 종류를 구매할 것인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으려면 기종을 말하기가 어렵다”며 “기종결정 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에서 SM-3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에서 SM-3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SM-3, 한반도서 효과 있나

 

SM-3는 도입이 거론됐을 때부터 북한 미사일 방어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SM-3는 미국·일본처럼 넓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적국과 멀리 떨어진 국가가 공해상에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됐다. 

 

한국은 북한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북한이 타격하려는 표적은 모두 휴전선 이남 내륙에 있다. 북한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SM-3로 내륙 표적을 지키려면, 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을 육지와 가까운 곳에 배치해야 한다.

 

척당 건조비가 1조원이 넘는 첨단 함정을 해안 가까이에만 두면, 넓은 바다에서 이지스구축함이 수행할 대공작전, 대함작전, 대잠수함작전은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기동함대의 모항인 해군제주기지를 향해 힘차게 항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기동함대의 모항인 해군제주기지를 향해 힘차게 항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의 해군력 강화 기조 속에서 유사시 해상작전공백은 치명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같은 공백을 감수하면서 SM-3를 미사일방어에 투입해도 활용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600㎜ 초대형방사포를 비롯한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최고 고도가 90㎞ 이하다. 이를 통해 남부지역도 타격한다.

 

SM-3는 최저 요격고도가 100㎞ 전후로 알려졌다. 북한이 고각발사하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정도만 요격할 수 있다.

 

초대형방사포와 KN-23·24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다수 보유한 북한이 굳이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고각발사할 필요성은 낮다.

 

1발당 가격이 최대 200억원이 넘는 SM-3가 북한 미사일 위협 대응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군의 미사일방어체계. SM-3는 포함되어있지 않다. 방위사업청 제공
한국군의 미사일방어체계. SM-3는 포함되어있지 않다. 방위사업청 제공

한반도 유사시 증원전력이 들어오는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와 괌 기지는 전쟁 수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다. 북한이 준중거리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괌과 일본으로 쏠 가능성이 크다.

 

일본과 괌으로 날아갈 북한 탄도미사일은 고도 90㎞가 넘는 공역을 비행하므로 SM-3로 중간단계 요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반도 밖에 있는 미·일 군사시설을 한국군이 보호하는 것은 “일본 내 표적은 일본이나 미국이 방어해야 한다”는 반박 논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SM-3 도입에 앞서 한·미·일 3국간 높은 수준의 안보협력 체제를 먼저 구축해야 하며, 이를 구현할 외교적 논의와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해군제주기지에 접근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해군제주기지에 접근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기술적 문제도 있다.

 

SM-3의 성능을 온전히 발휘하려면 북한의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가 탐지한 비행정보를 실시간으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에 전달할 정도의 네트워크 연결과 상호운용성, 보안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미국의 정보도 실시간 공유하면서 교전할 수 있는 협동교전능력(CEC)을 이지스구축함에 갖춰야 하나, 미국은 한국에 CEC 수출을 거부한 상태다.

 

독자적으로 SM-3를 운용할 수는 있으나, 효율성은 미·일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내륙 지역 방어를 위해 육군과 공군이 운용하는 방공망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함정에 설치된 수직발사대에서 SM-3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함정에 설치된 수직발사대에서 SM-3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SM-3, 주문해도 제때 받을 수 있나

 

더 큰 문제는 미국 내 사정으로 SM-3 인도 시기가 늦어질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SM-3 재고는 414발이었다. 여기에 올해 생산분 76발이 추가될 예정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약 500발의 재고를 미 해군이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란 전쟁이 발발했다.

 

미국은 이란 전쟁에서 막대한 양의 요격무기를 소모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전쟁 초반 16일 동안 198발을 사용했다. 해군 SM-2·SM-3·SM-6 함대공 미사일은 431발, 패트리엇(PAC-3) 미사일도 402발을 소모했다.

이라크군과 보안요원들이 지난달 16일 현지에 추락한 이란 미사일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라크군과 보안요원들이 지난달 16일 현지에 추락한 이란 미사일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란 전쟁에서 SM-3 소모량은 정확하게 공개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해 이란-이스라엘의 ‘12일 전쟁’ 당시 SM-3 80발이 사용됐다는 CSIS 등의 분석은 있었다. 

 

이번 전쟁은 ‘12일 전쟁’보다 길고 전투 강도도 훨씬 높다. SM-3도 50∼100발쯤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SM-3의 올해 생산분(76발)을 넘어서는 소모량을 기록할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SM-3 재고가 고갈될 위험은 없으나, 재고가 300발 이하로 떨어질 우려는 있다.

 

미사일 무기 재고가 감소하면, 그 여파는 미국의 동맹국으로 번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최우선으로 하고, 모범적인 동맹국을 후순위로 두며, 그 다음에는 불투명한 우선순위가 존재하는 ‘미국 우선주의’ 무기 판매 절차를 마련한 상태다.

 

미국 정부가 자국 군대의 무기고를 채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동맹국 주문 이행을 나중으로 미룰 수 있다. 대금을 지급하고도 원하는 시기에 무기를 인도받지 못할 위험이 생기는 것이다.

SM-3 미사일이 제작사인 미국 레이시온의 생산시설에서 출고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SM-3 미사일이 제작사인 미국 레이시온의 생산시설에서 출고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타국에선 이란 전쟁의 여파가 드러나고 있다.

 

스위스는 2022년 주문한 패트리엇 5대를 올해부터 2028년까지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을 우회 지원하고자 스위스 인도 일정을 늦춘다고 통보했다.

 

스위스 정부는 패트리엇 인도가 4∼5년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란 전쟁으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이 대량 소모되면서 일정이 더욱 늦어졌다. 

 

스위스는 구매 취소를 저울질하고 있다. 마르틴 피스터 스위스 국방장관은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연이 발생할 때 취소는 언제든 가능한 선택지”라며 “미국이 납품 기한을 다시 정해 발표할 때까지 구매 대금을 계속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스위스는 지난해 패트리엇 인도가 늦어진다는 통보를 받고 대금 지급을 중단했고, 미국은 스위스가 납부한 F-35A 대금 중 일부를 패트리엇 생산라인에 사용했다. 

미국 레이시온의 생산시설에서 고체연료 로켓이 생산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 레이시온의 생산시설에서 고체연료 로켓이 생산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본도 2028년 3월까지 미국에서 납품받을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400발의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점을 통보받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일 밝혔다.

 

SM-3는 가격이 매우 비싼 미사일로서 소량만 사용해도 재보충 비용이 상당히 크다.

 

토마호크와 패트리엇 등 미군이 보유한 대부분의 첨단 정밀유도무기 소모량이 매우 큰 상황에서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SM-3 재보충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재고 보충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대중국 억제를 위해 SM-3 생산량을 기존의 60∼72기에서 2∼4배 가량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생산량 증대가 실현되는 예상 시점은 2030년대 초로 알려졌다.

 

군 당국이 지금 당장 SM-3 구매를 추진해도, 실제 인도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같은 문제가 현실화할 경우엔 SM-3의 효용성 문제와 더불어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