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1억원 올랐습니다. 그래도 나갑니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모니터 속 매물 목록을 보던 직장인 이모(34) 씨의 표정이 굳었다. 몇 달 전과는 완전히 다른 조건이었다.
버텨보려던 계획은 그 자리에서 흔들렸다. 잠깐 계산기를 두드리던 그는 결국 방향을 틀었다. 더 버티기보다는, 대출을 보태서라도 ‘사는 쪽’이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전세 1억원 급등에 밀린 선택이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30%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 자리 잡고 있다.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며 가격이 급등했고, 결국 3040 세입자들이 하나둘 매수로 돌아서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넷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상승세가 유지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 변화는 이미 현장에서 먼저 시작됐다.
◆전세, 더는 버티기 어려워졌다
요구받은 보증금 인상분은 1억원. 불과 몇 달 전보다 크게 뛴 금액에 유지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일부 수요는 대출 이자를 감수하더라도 외곽 아파트를 매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 지점에서 수요의 방향이 바뀐다. 결국 변수는 하나였다. 공급이 줄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전년 대비 약 30% 줄어든 2만5000가구 수준이다.
수요는 유지된 채 공급만 감소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전세 품귀를 만들고 있다. 시장을 움직인 건 기대가 아니라 ‘버티기 한계’였다.
◆서울 집값, 구간별로 갈렸다
흐름은 고가 시장의 관망세와 중저가 지역의 상승 흐름으로 나뉘고 있다. 일부 외곽 지역은 올해 들어 3% 안팎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반면, 고가 지역은 가격 부담 속에 거래가 제한되는 모습이다.
여기서 체감 격차가 벌어진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15배 안팎이다. 연소득 15년치를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체감 부담은 그 이상으로 느껴진다.
“재계약하려고 보니 1억원이 올랐더라고요. 이 돈이면 대출 좀 보태서 사는 게 낫겠다 싶었죠.” 중개소 문을 나서기 전, 이 씨는 벽에 붙은 매매 시세표를 한 번 더 바라봤다. 그의 선택은 특별하지 않다. 같은 계산이 쌓이면서, 시장은 이미 방향을 바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