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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용함 함장의 굳은 각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2004년 방영된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는 자나깨나 배만 생각하는 괴짜 군인이 등장한다. 조선 수군(水軍)의 장교인 그는 어떻게 하면 물 위에서 좀 더 빠르게 기동하며 적국 선박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함정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하루 24시간을 보낸다. 한 번은 신형 선박의 설계 구상에 몰입하느라 저도 모르게 바닷물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다가, 그가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여긴 부하들에 의해 끌려 나오기까지 한다. 그래도 직속 상관인 이순신(김명민 분) 장군에 대한 충성심만은 남달랐다. 극중에서 배우 이상인이 연기한 이 ‘선박 덕후’ 캐릭터가 바로 나대용(1556∼1612) 장군이다.

 

해군 장보고급 잠수함 8번함 ‘나대용함’의 위용. 길이 56m, 배수량 1200t급이다. 해군 제공
해군 장보고급 잠수함 8번함 ‘나대용함’의 위용. 길이 56m, 배수량 1200t급이다. 해군 제공

나 장군은 임진왜란 발발 한 해 전인 1591년 전라좌도 수군에 배속됐다. 당시 절도사이던 충무공 휘하에서 복무하며 거북선 제작 및 개량에 힘을 기울였다. 그가 이른바 ‘이순신 사단’의 핵심 인물로 꼽히면서 충무공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다. 나 장군은 단순히 ‘충무공의 참모’를 넘어 개인적으로도 뛰어난 역량의 장수요, 지휘관이었다. 임진왜란 기간 그는 옥포, 사천, 한산도 등의 해전에서 일본 수군과 싸워 커다란 공을 세웠다. 특히 옥포 해전에서는 적함 2척을 격파하는 전과를 올렸다. 전후에도 수군에 계속 남아 1611년 경기도 수군을 관장하는 절도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우리 해군은 1990년대 ‘한국형 잠수함’(KSS) 사업에 본격 착수해 길이 56m, 배수량 1200t급의 장보고급 잠수함을 만들어냈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 취역한 장보고급 잠수함 8번함은 나 장군의 이름을 따 ‘나대용함’으로 명명(命名)됐다. 실전 배치 후 10여년간 영해 수호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나대용함은 2017∼2019년 통합 전투 체계 및 공격 잠망경 교체, 선배열 예인 소나(SONAR·음파탐지기) 추가 등 성능 개선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표적 추적, 수중 음향 탐지, 수상 표적 탐지 등 작전 수행 능력이 대폭 향상됐다. 거북선 개량에 온 힘을 쏟던 나 장군의 끈질긴 집념이 떠오른다.

 

해군 잠수함 ‘나대용함’ 함장 백민수 중령이 2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4월의 호국 인물’ 나대용 장군 선양 행사에서 고인의 초상화 앞에 헌화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해군 잠수함 ‘나대용함’ 함장 백민수 중령이 2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4월의 호국 인물’ 나대용 장군 선양 행사에서 고인의 초상화 앞에 헌화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지난 2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이달(4월)의 호국 인물’로 선정된 나 장군을 기리는 현양 행사가 열렸다. 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나 장군의 12세손인 나승옥씨를 비롯해 나오연 전 국회의원, 나승포 전 국무조정실장 등이 함께했다. 특별히 해군을 대표해 참석한 백민수 중령이 눈길을 끌었다. 현재 나대용함 함장으로 복무 중인 백 중령은 “함정에 나대용 장군의 이름을 붙인 것은 그분의 의지를 이어받겠다는 국가의 의지”라며 “나대용함의 함장으로서 바다를 철통과 같이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참으로 장하고 또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