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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호르무즈 해협 ‘강제 개방’ 놓고 분열한 유엔 안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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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 “무력 사용해서라도 해협 열어야”
중국 “되레 미국 불법만 정당화… 반대”
호르무즈 관련 결의안 표결 끝내 연기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에 나섰으나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일단 보류됐다. 결의안 제안국이자 안보리 의장국인 바레인이 해협 개방을 위한 무력 사용을 뜻하는 ‘강제 집행’ 문구를 삭제했음에도 중·러 정부가 난색을 표한 결과다. 중·러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안보리는 어떠한 결의안도 채택할 수 없다.

 

유엔 주재 바레인 대표부 자말 알로와이에이 대사(왼쪽)가 지난 1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레인은 4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이다. 신화연합뉴스
유엔 주재 바레인 대표부 자말 알로와이에이 대사(왼쪽)가 지난 1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레인은 4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이다. 신화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열릴 예정이던 호르무즈 결의안 표결을 위한 안보리 회의가 다음 주로 연기됐다.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연기 사유가 무엇인지조차 불투명하다. 다만 유엔 외교가에선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해당 결의안은 이란 주변에 있으면서 미국 등 서방과 가깝게 지내는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을 대표해 바레인이 발의했다. 바레인은 이번 달(4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이기도 하다.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에 나선 뒤 바레인 등 GCC 국가들은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한 이란군의 무차별 공격에 노출된 상태다. 이들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수출 길까지 막히며 극심한 경제적 손실에 직면했다.

 

바레인이 대표로 발의한 결의안에는 애초 유엔 회원국들이 해협 개방을 위해 ‘필요한 모든 방어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란이 저항하는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셈이다.

 

유엔 주재 중국 대표부 푸충 대사. AP연합뉴스
유엔 주재 중국 대표부 푸충 대사. AP연합뉴스

그러자 중국이 가장 먼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유엔 주재 중국 대표부 푸충(傅聰) 대사는 지난 2일 “회원국에 무력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무력을 불법으로 남용하는 행위를 합법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무력을 불법으로 남용하는 행위’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즉, 먼저 불법을 저지른 미국과 이스라엘의 그릇된 행동을 되레 정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러면서 푸 대사는 “현 시점에서 호르무즈 결의안 채택은 확전 조장 등 심각한 부작용만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경우 이란 정부로부터 “안보리 결의안 채택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니 이를 저지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고 그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바레인은 결의안 원문에 있던 ‘강제 집행’, 곧 무력 사용을 뜻하는 어구를 삭제하는 성의를 보였으나 중국·러시아가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유엔 안보리는 5대 상임이사국(미국·영국·중국·러시아·프랑스)과 임기 2년의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상임이사국은 안보리의 어떠한 결의안 채택도 막을 수 있는 거부권이 있다. 따라서 표결에서 이겨도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나라가 반대하면 결의안은 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