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품 시장에서 가격이 오를수록 오히려 더 잘 팔리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 인상이 수요를 꺾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오히려 구매를 자극하는 ‘역설적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 롤렉스, 에르메스, 티파니앤코, 반클리프 아펠, 론진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최근 국내 판매가를 잇달아 인상했다.
특히 샤넬과 반클리프 아펠은 올해 들어 이미 두 차례 이상 가격을 올리며 ‘N차 인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제품 가격을 먼저 조정한 뒤 시장 반응이 크지 않으면 다른 제품군으로 인상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론진은 이달 1일부터 돌체비타, 레전드 다이버, 콘퀘스트, 하이드로콘퀘스트 등 주요 제품 가격을 모델별로 약 20만원 내외 인상했다. 대표 인기 모델 ‘미니 돌체비타’는 30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레전드 다이버 39’는 530만원에서 560만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6월 전 제품 가격을 약 5% 올린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가격이 조정됐다.
샤넬도 예외가 아니다. 샤넬코리아는 최근 2025년 출시된 신형 핸드백 라인 가격을 약 3% 인상했다. 출시 당시 900만원대였던 일부 제품은 재차 인상을 거치며 1000만원을 넘어섰다. 앞서 올해 1월에도 클래식 플랩백과 보이 샤넬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약 7% 올린 바 있다.
반클리프 아펠 역시 1월 주요 제품 가격을 약 6% 인상한 데 이어 최근 일부 제품 가격을 2~5% 추가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빈티지 알함브라’ 펜던트는 525만원에서 535만원으로 올랐다.
티파니앤코도 2월 주요 제품 가격을 7~15% 인상했고, 롤렉스와 에르메스 역시 연초 국내 가격을 각각 5~6%, 2~7% 올렸다.
소비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5.6%로 집계됐다. 2017년 15.8%에서 두 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명품이 선택 소비를 넘어 유통 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실제 현장에서도 가격 인상은 소비를 꺾지 못했다.
롯데백화점의 봄 정기세일 기간 해외 시계·주얼리 매출은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럭셔리 주얼리 매출이 101.6%, 럭셔리 워치는 44.9% 늘었고, 현대백화점 역시 시계·주얼리 매출이 56.3% 증가했다. 특히 가격 인상이 집중된 시계·주얼리 카테고리에서 더 높은 성장률이 나타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명품업계는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환율 등을 가격 인상 배경으로 설명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가격 자체가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는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가격이 오를수록 희소성과 상징성이 강화되고, 이는 다시 구매를 자극하는 구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