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높고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일수록 아이를 낳으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저출생 대책이 단순히 현금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심리 회복과 가족 관계 개선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학술지 여성연구에 따르면 경상국립대학교 심리학과 양난미 교수와 권동주 석사과정생은 논문 ‘30대 출산 의지 잠재 프로파일 분석’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2024년 1월쯤 국내 3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자존감과 가족 건강성 등이 출산 의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 자존감 높은 30대, 아이를 ‘자아실현의 확장’으로 인식
조사 결과, 출산 의지가 가장 높은 ‘고의지·저부담 인식형’과 ‘적극적 출산 고려형’ 집단은 타 집단에 비해 자존감이 유의하게 높았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심리적 기제가 부모 역할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 결과이다.
반면 출산에 부정적인 ‘무관심형’은 자녀 양육을 개인의 성장을 방해하는 ‘부담’으로만 인식했다. 이들은 자녀가 주는 정서적 가치를 낮게 평가했으며, 실제로 자존감 수치도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자존감 회복을 위한 맞춤형 심리 상담이 출산 의지를 높이는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 경제력 높으면 출산 의지 100%... 여성 부담 높은 구조는 한계
경제력과 성별에 따른 격차도 뚜렷했다. 경제 수준이 ‘상’인 응답자는 모두 적극적 출산 고려형에 속해 경제적 안정이 출산의 전제 조건임을 재확인했다.
성별로는 남성(32.8%)이 여성(10.4%)보다 적극적 출산 고려형에 속할 확률이 3배 이상 높았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독박 육아나 경력 단절 등 출산 부담이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되는 구조적 한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학력별로는 석사 이상(43.2%)이, 가족 형태별로는 대가족 출신(31.3%)의 출산 의지가 높았다.
◆ “돈만 주면 끝? 예비 부모 심리 복지 제도화해야”
연구진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 ‘심리 교육적 접근’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결혼과 출산이 희생이 아닌 자아실현의 통로로 인식되도록 돕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원가족과의 건강한 관계 경험이 미래 출산 가치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생애주기별 가족 상담’을 보편적 복지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구팀은 “부모들이 정서적 도움을 주고받는 자조 모임이나 품앗이 육아 시스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