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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비닐값에 하우스 접을 판” “만선이어도 적자”… ‘고유가 쇼크’에 농어촌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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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수급 안정화 대책 촉구

비료값·인건비 폭등에 농가 ‘휘청’
어업용 면세유 가격도 1년새 72%↑
“숨 쉬는 것 빼고 다 올랐어요. 적자라 더는 버티기 힘들어요.”

 

면세유 가격이 오른 첫날인 지난 1일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한 어민의 트럭에 기름통이 놓여 있다. 이날 멸치와 미역의 주산지인 대변항 어민들은 급등한 유가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면세유 가격이 오른 첫날인 지난 1일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한 어민의 트럭에 기름통이 놓여 있다. 이날 멸치와 미역의 주산지인 대변항 어민들은 급등한 유가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경북 영덕의 항구에서 만난 선주 김모(60)씨는 13일째 조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2000ℓ짜리 면세유 한 드럼 가격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뛰면서 한번 출항할 때마다 드는 유류비가 어획 수익을 웃돌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물에 고기가 가득 차도 기름값을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건 인건비도 안 된다”며 “유류비 지원이 있다지만 현장 체감도는 낮고 배를 띄울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라 차라리 항구에 배를 묶어두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어촌계 곳곳에는 출항을 포기한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어 적막함마저 감돌았다.

 

평소라면 비료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강원 춘천시 한 농협 농자재 창고는 현재 텅 비어 있다. 특히 식물에 필요한 질소를 공급하는 농사 필수품 요소 비료는 포장지가 파손된 제품 일부만 남아 있는 상태다. 춘천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이모(59)씨는 “비료값과 인건비가 두 배 가까이 뛰었는데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은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라며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걸음인데 생산비만 폭등하니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늘어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각종 부자재 가격이 올라 농어민의 생활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면세유는 물론 비닐과 부직포, 포장재, 비료 등 각종 자재 가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솟아 생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까지 덮치고 있다.

 

5일 농어업 현장의 말을 종합하면 가장 큰 타격은 생산 현장의 필수재인 기름값에서 나타난다. 면세유 가격은 전년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농기계 가동에 막대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 이달부터 어업용 면세유 공급 가격은 ℓ당 1381원으로 올랐다. ℓ당 800원이었던 1년 전에 비해 72% 상승했다.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적용해 증가 폭은 줄었지만 어민은 부담을 토로한다.

사정은 농업 현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농사에 쓰는 멀칭용 비닐 가격은 1년 전보다 34%가량 올랐다. 비닐하우스용 비닐의 경우 일부 농가에서 선금을 주고 구매 예약을 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비료 역시 원료 수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업체들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부담은 고스란히 농가로 향하고 있다.

 

지자체도 저마다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강원도는 농업 경영비 부담을 덜기 위해 무기질비료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는 오는 6월까지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어업인을 위해 유류비 25억8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책에도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농어민은 지자체의 지원 규모가 현실적인 인상 폭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일회성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경희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의장은 “유류비와 비료값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농가 부담이 임계점을 넘고 있다”며 “생산비 상승은 결국 소비자 물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산물 가격이 오르더라도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를 개선할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