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정부가 독자적인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소버린 AI’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과 구조적 한계로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AI를 자국에서 안정적으로 통제, 활용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5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지난달 25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보고서는 여러 국가가 추진하는 AI 풀스택 전략을 ‘환상’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AI 풀스택은 AI 인프라부터 서비스 전 과정을 독자 기술로 구축하는 사업 역량이다. AI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연산) 자원, 글로벌 공급망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강대국 외 국가가 이런 전략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민간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와도 경쟁이 어려운 국가 자원 격차를 근거로 들었다. 인도 정부가 ‘인디아AI’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올해 초까지 확보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약 6만2000대 수준,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24년 한 해 구매한 GPU가 48만5000대다. 단일 기업 투자 규모가 국가 단위 인프라를 크게 웃도는 구조다.
독일 정부가 300억유로(52억원) 규모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100억유로(17조원) 보조금을 제시했지만 글로벌 공급망 의존과 비용 부담으로 프로젝트가 철회된 사례도 AI 산업 리스크로 꼽혔다. 공급망 리스크 등 구조적 문제 탓에 국가 정책조차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일부 국가가 자체 개발한 AI 모델의 한계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호주 스타트업 메인코드는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형언어모델(LLM)을 개발했지만 개방형 생태계로 확장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엔트로픽의 클로드 등 미국 기업이 개발한 AI 모델과 다른 AI 모델 간 격차는 갈수록 커지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AI 경쟁력은 기술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활용하고 통제하는 능력’이라고 봤다. AI 모델과 인프라를 자체 구축하는 것보다 산업 전반에 AI를 빠르게 적용하고 운영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소버린 AI를 구축하는 대신 기업 단위 AI 도입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8년까지 43억달러(6조원)를 투입하는 국가 AI 예산 중 65%를 산업 혁신과 인력 재교육에 배정해 기업의 AI 도입을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국의 AI 바우처 사업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혔다. 중소기업에 바우처를 제공해 AI 솔루션 도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고, 산업 현장에 AI 적용을 확산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산업 현장 내 AI 적용 속도와 운영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분석했다. BCG는 AI 도입이 10년 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을 4% 수준인 4조7000억달러(7096조원)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