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정착을 위한 출발선에는 서지만 그다음이 문제다. 사회통합이 여전히 과제다.”
지난달 31일 세계일보와 만난 이주태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사무총장)이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정착 정책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그는 34년간 통일 정책과 남북 교류, 탈북민 정착 업무를 두루 맡았다. 지난 3년간은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초기 적응교육, 자립지원을 돕는 공공기관인 하나재단을 이끌었다.
과거와 비교해 탈북민의 유입 현황, 동기 등은 많은 변화를 보였다. 남한으로 들어오는 탈북민 수 자체가 줄었다. 2009년 2914명에 달했던 입국 인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시기 60명대까지 줄었다. 최근에는 200명 수준으로 다소 늘었고, 지난해에는 223명이었다. 입국 배경, 동기도 달라졌다. 이 대행은 “과거에는 생존을 위해 탈북했다면 최근에는 자유와 자녀의 미래 때문에 왔다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단 설립 초기 40%를 넘던 생계급여 수급률이 현재는 22.9%다.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탈북민의 자립 기반이 탄탄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대행은 “문제는 그다음”이라고 지적했다. 초기 정착 단계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얻었지만 사회통합 단계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진단이다. 탈북민은 일상생활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도 부담을 느낀다. “북한이탈주민 출신임을 밝혀봤자 환대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정부 실태조사에서도 탈북민은 문화 차이와 부정적 인식 때문에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행은 이런 문제의 배경으로 탈북민에 대한 인식부족, 편견을 조장하는 사회환경을 꼽았다. 실례로 든 것이 탈북민 관련 범죄 보도다. 탈북민이 저지른 범죄의 경우 유독 탈북민이라는 정체성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특정 개인의 일탈이 탈북민 전체의 특성으로 일반화되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탈북민 지원이 과하다는 일각의 인식도 경계했다. 탈북민의 출발 조건 자체가 남한 주민과 다르기 때문이다. 탈북민은 계획경제, 통제사회에서 시장경제, 개방사회로 편입되는 전환 과정을 겪는다. 게다가 인맥이나 오래된 경험 등 사회적 자본이 없다시피 하다. 정착 지원은 혜택이 아니라 출발선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로 봐야 한다는 이 대행의 설명이다.
그는 탈북민 지원 사업 수나 관련 예산이 확대되는 것에 머물지 않고, 탈북민의 삶의 질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아웃풋(output)이 아니라 아웃컴(outcome)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강조했다. 탈북민 구성과 입국 동기가 변화한 만큼, 정책도 초기 적응 지원에만 머물지 않고 생애주기 전반을 보는 방향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대행은 핵심 지원 분야로 일자리, 건강, 교육, 자살예방을 꼽았다. 이 대행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티핑포인트’(미미하게 진행되던 상황이 한순간에 변하는 극적 순간)를 이야기하며 탈북민의 봉사활동을 언급했다. 탈북민의 봉사참여율은 2021년 16.5%, 2023년 17.7%, 2025년 21.5%로 꾸준히 늘었다. 그는 이런 변화를 티핑포인트의 초기 단계로 해석했다. 이 대행은 “지금까지는 도움을 받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봉사를 하려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며 “작은 변화가 쌓여서 문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