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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덩치 키우는 ‘절대 1강’ 한화… “독주 견제” 뭉치는 경쟁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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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업계 ‘한화 대 反한화’ 재편

KAI 지분 4.99% 사들이더니
풍산 탄약 인수전 뛰어들어
주력 자주포·장갑차 등 연계
‘무기·포탄’ 수직 계열화 포석

反한화 사업 연대 속속 등장
HD현중, LIG D&A 손잡고
현대로템, 미사일 엔진 도전

한국항공우주(KAI) 지분을 사들이면서 주요 주주로 올라선 한화그룹이 이번엔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본래 강점을 보이던 지상 방산 분야에 만족하지 않고, 항공과 탄약 사업에서도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내 ‘방위산업계 최강자’로 꼽히는 한화그룹이 전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히면서 방산업계에선 긴장감이 돈다. 한화 견제를 위해 경쟁사들이 서로 힘을 합치면서 방산업계가 한화와 반(反)한화 구도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 연합뉴스
한화그룹. 연합뉴스

5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주력 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풍산 탄약사업부 매각 비공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산 탄약사업부는 총탄부터 자주포탄까지 국군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탄약을 공급하는 국내 유일 종합 탄약업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몸값은 약 1조5000억원 규모다. 인수에 뛰어든 회사 중 매출 규모와 안정성, 기존사업과의 연계가능성이 가장 높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당초 방산업계에선 한화가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사업 성장 한계가 명확한 탄약사업보다 성장 잠재력이 큰 항공·우주산업에 관심이 더 많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관계사들은 KAI 지분 4.99%를 취득한 바 있다. 한화 측은 구체적인 투자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추후 KAI 민영화를 대비한 지분 인수로 내다봤다.

 

한화는 그러나 시장 예측을 깨고 탄약 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기존 주력 사업인 자주포, 장갑차와 연계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가 방위산업 전 분야로 보폭을 넓히자, 다른 방산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한화는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해 군함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여기에 탄약(풍산)과 항공기(KAI)까지 더해지면, 지상과 해상, 항공·우주를 아우르는 ‘방산 공룡’으로 거듭나게 된다.

 

덩치를 키우고 있는 한화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다른 방산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군함 분야에서는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과 7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둘러싸고 격돌 중이다. 두 기업은 한때 서로 법적 다툼까지 검토할 정도로 양보 없는 싸움을 진행 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상함은 현대, 잠수함은 대우가 나눠서 맡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화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경쟁 체제가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2전차가 주력인 현대로템은 육군 미래형 다목적 무인차량 구매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성능 평가 방식과 시제품 관리 문제를 둘러싼 두 회사의 갈등이 지나치게 커져 사업 발주자인 방위사업청이 중재에 애를 먹을 정도다. LIG D&A도 교전통제체계(ECS)와 전투용 레이더 시장을 둘러싸고 한화시스템과 열띤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한화의 독주를 막기 위해 연합군을 결성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페루 함정 수출 사업에서 오랜 파트너였던 한화시스템 대신 LIG D&A를 파트너로 확정했다. 현대로템과 LIG D&A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독점해온 미사일 엔진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엔진 개발도 함께한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절대 1강을 견제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업계가 한화 대 반한화 구도로 재편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