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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처분에 휘둘리는 공천… ‘정치의 사법화’ 자초하는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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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라북도지사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4.2/뉴스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라북도지사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4.2/뉴스1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엊그제 법원에 “더불어민주당의 제명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지사를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에서 배제한 조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김 지사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대리기사 비용을 줬다는 이유만으로 전격적인 제명을 결정했다. 각종 의혹이 불거진 다른 예비후보들 사례에 비춰봤을 때 형평성을 잃은 처사란 지적이 많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 경선은 미처 예상치 못한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원 가처분에 후보자 경선과 공천이 휘둘리는 실태는 국민의힘이 더 심각하다. 충북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컷오프’를 당한 김영환 현 지사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상대로 가처분을 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공관위가 컷오프에 관한 국민의힘 내부 규정을 어긴 점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가처분으로 대응했지만, 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쯤 되면 여야의 지선 후보 공천을 사실상 법원이 좌지우지하는 형국이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 아닌가.

국민의힘 지도부는 “법원이 정치에 개입하려는 것”이라며 사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장동혁 대표는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관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비아냥거렸다. 굳이 ‘윤리위원장’까지 함께 언급한 것은 앞서 국민의힘 윤리위가 배현진 의원,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각각 내린 당원권 1년 정지, 제명 징계의 효력이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정지된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계 입문 전 16년가량 판사로 일한 장 대표가 사법부의 판단을 경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각종 공직 선거 후보자들의 공천은 물론 당규를 어긴 당원들 징계도 모두 정당 내부에서 정치적 절차를 거쳐 이뤄져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이 경쟁자 등을 상대로 수사 기관에 고소·고발을 일삼고, 또 툭하면 법원으로 달려가 판정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치의 사법화’를 자초한 주체가 바로 정당과 선거 예비후보들이라는 점이다. 정치권은 사법부에 화살을 겨누기에 앞서 여야 모두 정당의 무능, 그리고 정치의 실종이 이런 폐단을 초래한 것 아닌지 반성부터 함이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