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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무기를 가진 자들은 그것을 내려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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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 교회에선 ‘모든 축일 중의 축일’인 부활절. 교황 레오 14세는 5일(현지시간) 즉위 후 첫 부활절 미사를 집전하며 국제사회를 향해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라고 촉구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약 5만 명의 신자들 앞에서 "우리는 폭력에 익숙해지고, 수천 명의 죽음에, 분쟁이 뿌리는 증오와 분열의 파장에 무감각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고 AFP, AP통신이 전했다.

 

교황 레오 14세가 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서 부활절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티칸=로이터·연합뉴스
교황 레오 14세가 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서 부활절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티칸=로이터·연합뉴스

레오 14세는 이란·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기를 가진 자들은 그것을 내려놓으라. 전쟁을 일으킬 힘을 가진 자들은 평화를 선택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력으로 강요된 평화가 아니라 대화를 통한 평화여야 한다.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아니라 그들과 만나려는 마음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교황은 성탄절이나 부활절에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서 전 세계를 향해 내리는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에서 세계 각지의 분쟁·위기 지역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평화를 촉구해왔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도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시리아, 미얀마 등을 구체적으로 거명했다.

 

그러나 레오 14세는 이번 부활절 우르비 에트 오르비에서 그 관례를 따르지 않고 어떤 특정 국가나 분쟁 지역도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바티칸 측은 이 변화에 대해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교황은 오는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단발성 강복 메시지에서 분쟁 지역을 나열하는 것보다 평화 문제를 독립된 행사로 다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레오 14세는 전날 열린 부활절 성야 미사에서도 "부활절의 선물인 화합과 평화가 전 세계 곳곳에 자라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불신과 두려움, 이기심과 원망이 인간의 마음을 짓누르고, 전쟁과 불의, 고립을 통해 서로 간 유대를 끊어놓고 있다"며 "이런 장애물에 마비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종려주일 미사에서도 교황은 "예수는 평화의 왕이며 전쟁을 거부하는 분이다. 누구도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예수를 이용할 수 없다"며 전쟁에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황이 특정 인물이나 상황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등 기독교 신자를 자처하는 미국 고위 관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26일 이란전 개전 이후 처음 열린 미 국방부 월례 기독교 예배에서 "자비를 받을 가치가 없는 적들에 대한 압도적 폭력"을 위해 기도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