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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장모 폭행 사망 사건’…폭행당하는 엄마 모습, 딸은 담배 피우며 지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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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장시간 폭행당해 사망
피의자, 숨진 장모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유기
20대 사위와 시신 유기 등 범행에 가담한 20대 딸이 지난 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대 사위와 시신 유기 등 범행에 가담한 20대 딸이 지난 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구에서 발생한 ‘장모 폭행 사망 사건’의 전말은 피해자인 50대 여성이 20대 사위의 무차별적인 폭행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 딸 부부의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는 중간에 쉬거나 피해자의 딸과 담배를 피운 뒤 다시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폭행 현장에 딸이 있었지만, 그는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 폭행당하는 엄마 모습, 딸은 담배 피우며 지켜봐

 

6일 경찰에 따르면 사위 A 씨(20대)는 지난 3월 17일 대구 중구 주거지에서 장모 B 씨(50대)를 약 12시간 동안 폭행했다.

 

A 씨는 늦은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폭행을 이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중간중간 쉬거나 피해자의 친딸인 C 씨(20대)와 담배를 피우다 다시 폭행하는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폭행을 가하는 사위에게 “아프다”고 호소했지만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딸은 이 모습을 지켜봤지만 남편을 말리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결국 사위의 폭력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딸을 보호하려 했던 모친은 끝내 숨을 거뒀다.

 

A 씨는 B 씨가 숨진 이후에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18일 오전 10시쯤 시신을 10kg짜리 큰 사과 상자 크기의 캐리어에 넣어 인근 신천변에 유기했다.

 

이때도 C 씨는 범행 현장에 있었지만 남편의 범행을 말리거나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18일, 20대 딸 부부가 50대 어머니의 시신이 담긴 캐리어를 끌고 중구 주거지에서 신천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대구=연합뉴스
지난달 18일, 20대 딸 부부가 50대 어머니의 시신이 담긴 캐리어를 끌고 중구 주거지에서 신천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대구=연합뉴스

◆ 딸도 피해자인가

 

B 씨는 서구에 거주하다가 딸 C 씨가 지난해 9월 혼인신고를 한 직후부터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자 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2월 대구 중구의 원룸으로 이사해 이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사위 A 씨는 이사 당일 이삿짐 정리 문제로 갈등이 생기자 처음으로 장모를 폭행했다.

 

A 씨는 “이삿짐 정리를 빨리 하지 않는다”, “집안에서 시끄럽게 군다”, “물건을 정리하지 않는다”는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장모 B 씨를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에도 폭행은 여러 차례 이어졌지만, 이때도 딸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모친에게 “집을 떠나라”고만 했다.

 

당초 C 씨 역시 남편에게 폭행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C 씨는 경찰 조사에서 “결혼 전에는 (A 씨) 폭행이 없었지만, 결혼 후 폭행이 시작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A 씨의 보복이 두려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제때 병원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별도의 구금이나 활동 제약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 시신에 남겨진 폭행 흔적

 

경찰이 발견한 캐리어 안의 B 씨 얼굴에는 멍 자국이 확인됐다.

 

이후 부검 결과 B 씨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다발성 손상사’로 추정됐다. B 씨는 갈비뼈와 골반, 뒤통수 등 여러 부위의 골절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시신 부피를 줄이기 위해 흉기 등을 사용해 혈액을 빼낸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20대 부부, 오는 8~9일쯤 검찰 송치 예정

 

A 씨와 C 씨는 모두 “장애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들과 소통한 사람들은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A 씨에 대해 “장시간 폭행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해 범죄의 중대성이 크다”고 밝혔고, C 씨에 대해서는 “남편의 폭행을 방임하고 범행 이후에도 일상생활을 유지한 점 등을 종합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재 A 씨에게는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혐의가, C 씨에게는 사체유기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경찰은 A 씨의 정신 상태를 확인하는 한편 추가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 송치는 오는 8~9일쯤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A 씨는 배달 아르바이트 등을 하다 일을 그만둔 뒤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경찰에 “아내와 장모에게 잘해줬다”며 “아내가 필요한 물건은 사줬고, 여전히 사랑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