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의 여파가 중동 전역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전쟁이 나날이 격화되고, 휴전 논의가 진행되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도 ‘무장해제 불가’를 선언하고 나서는 등 정세가 꼬여만 가고 있다.
이란전쟁 개전 이후에도 헤즈볼라를 노려 레바논을 공격해 온 이스라엘은 5일(현지시간)에도 공습을 이어갔다. 레바논 현지 매체 알자디드TV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밤 이스라엘이 레바논 중부 산악지대의 한 아파트 건물을 조준 폭격해서 최소 4명이 사망했다. 숨진 사람 중엔 레바논군 야쇼우치센터의 책임자인 피엘 무아와드도 포함되어 있다고 매체들은 보도했다. 같은 날 유엔레바논임시군(UNIFIL)의 캔디스 아델 대변인은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대원들이 유니필 부대 부근에서 전투를 벌여 유엔평화유지군 병력 중에도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이란전쟁 개전 직후인 지난달 2일 헤즈볼라가 이란을 지원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한 뒤 레바논도 이란 못지않은 격렬한 교전지가 된 상태다. AP통신은 지난달 초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 교전이 시작된 이후 레바논에서 사망자만 1400여명 발생했으며, 피란민 숫자는 100만명 이상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레바논은 전체 인구 550만명 중 약 3분의 1이 기독교인으로 아랍권에서 기독교인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임에도 부활절 주간에 행해진 이스라엘의 대대적 공격에 신음해야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11명이 숨졌다면서 이스라엘과 교전이 시작된 이래 가장 폭력적인 날 중 하루였다고 설명했다. 레바논 국영 매체는 이날 수도 베이루트 외곽지역은 8차례나 공습을 받았다고 전했다.
오랜 전쟁 끝에 휴전을 모색하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도 이란전쟁 여파로 다시 혼돈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하마스가 미국 중재로 마련된 가자지구 휴전안의 핵심인 ‘무장해제’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아부 우바이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휴전안 1단계를 완전히 이행하기 전까지 무장해제 문제 논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하마스의 무장해제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설립된 평화위원회 계획의 이행을 가로막는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하마스 측은 그동안 중재국을 통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보장이 없는 한 무장해제와 관련한 어떤 논의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어 이날 무장해제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성명을 통해 선언했다.
이날 하마스 대변인의 발언이 미국 주도로 마련된 하마스 무장해제 계획에 대한 최종 거부 의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란전쟁 국면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불신에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 이날 성명으로 확인됐다는 평가다. 성명에서 우바이다 대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신들에게 요구해 온 무장해제가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이어가려는 노골적인 시도”라고 규정하면서 강한 불신을 거침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이 핵 협상을 진행 중 이란을 타격하고, 이후로도 여러 차례 협상 의사와 공습 등을 번갈아 이어가며 중동지역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신뢰도는 시시각각 하락하고 있다. 불신은 레바논 지역에서도 확대돼 협상 가능성은 점점 사라져 가는 중이다. 이미 헤즈볼라의 수장인 나임 카셈이 지난달 25일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점령과 일상적인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적과 협상하는 것은 모든 국가 역량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는 전혀 용납될 수 없다”고 협상 불가를 선언하기도 했다.

